지난달 26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월드비전 선학복지관에서 지난해 ‘맘이든든 부모교육’ 강좌를 수강한 7명의 엄마가 다시 모여 자녀에게 편지쓰기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월드비전 제공
5월 ‘아동학대’ 반성의 시간
학대 행위자 33.5% ‘양육법 부족’
자녀와 관계 고민 부모 한자리에
‘매 대신 말’ ‘욕 대신 칭찬’ 배워
“요즘 부쩍 딸과 대화 많이 해요”
학대 행위자 33.5% ‘양육법 부족’
자녀와 관계 고민 부모 한자리에
‘매 대신 말’ ‘욕 대신 칭찬’ 배워
“요즘 부쩍 딸과 대화 많이 해요”
“동생은 왜 안 때렸어? 엄마는 생각 안 나겠지만, 나한텐 끝까지 지워질 수 없는 상처야.”
세 아이를 키우는 43살 엄마 박아무개씨는 얼마 전 첫째 아들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몇 년 전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이에게 “그때는 우리집이 너무 가난해서 엄마가 힘들어서 그랬다. 미안하다”고 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씨는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들었지만 인근 복지관에서 부모교육 강좌를 들으며 양육 방식이 달라졌다. 아이들을 훈육하며 막말이 튀어나올 땐 메모지에 글로 적어 벽에 붙였다. 박씨는 “예전엔 욕 먼저 하고 손부터 나갔는데 이제 안 그렇다. 학교에서 아이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뻐했다.
지난해부터 연이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나는 과연 좋은 부모일까’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성찰하며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신체 및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모든 아동학대 사례 유형을 불문하고 아동학대 행위자의 특성으로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가장 높은 비중(33.5%)을 차지했다. 여성가족부는 양육태도에 관한 부모교육이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가정의 날인 5월15일이 속한 주를 ‘부모교육 주간’으로 정했다.
지난 26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월드비전 선학복지관에도 자신의 양육방식을 고민하는 엄마들 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이곳에서 ‘맘이든든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로서 변화되고 싶은 나의 모습 설정, 부모로서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 관리법, 부모역할 지지망 구축하기 등의 활동을 이수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만나 자녀에게 편지쓰기 시간을 갖고 있다. 이날 참석한 5남매의 엄마 김아무개(43)씨는 “부모교육을 듣고 나서 아이들에게 ‘미안해’, ‘고마워’ 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고 했다. 김씨는 자활근로로 얻은 월소득 170만원으로 5남매를 키우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부모교육 강좌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부모교육이 경제적 스트레스 자체를 해결해주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바로 가지 않게 조절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수강생 엄마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짐을 느낀다고 했다. 고교생 딸을 기르는 한부모 가정 이아무개(57)씨는 “말수가 적은 딸아이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화를 전혀 안 했다. 부모교육 수업 중 ‘자녀의 장점 찾기’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애 장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아이한테 칭찬할 게 대체 뭐 있나’ 하면서 비난만 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맡은 일을 끝까지 하는 책임감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요즘 부쩍 딸과 대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
기존 부모교육은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아버지 대상의 부모교육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마포평생학습관에서는 ‘자녀의 미래를 고민하는 아버지’라는 강좌를 통해 아버지를 대상으로 매주 부모교육을 하고 있다. 전문 상담사들이 학교에 찾아가 학부모들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은 전문 상담사가 학교를 방문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해주는 ‘온통부모’라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신나민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가 먼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때 자녀와 소통이 이뤄지고 자녀가 행복할 수 있다. 자녀와의 소통은 부모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