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레스타리 금속노동조합 조직·교육 차장
민주노총 초청으로 방한
노동절 집회서 구호 외쳐
노동절 집회서 구호 외쳐
“뚜좽(투쟁)!”
2일 오후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아시아 노동자 9명이 구호를 외치며 활짝 웃었다. 민주노총의 초청을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아시아 노동조합 활동가 교육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이다. 인도네시아·캄보디아·필리핀·대만 등에서 온 이들은 1일 126주년 노동절 집회에 참가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한국 노동자들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최근 한국에서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처럼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중요한 이슈다. 인도네시아의 일본 전자업체 오므론에서 일하는 아리레스타리(38) 금속노동조합 조직·교육 차장은 “최저임금 제도가 없다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는 노동자 200만여명이 고속도로에서 행진을 하고 공장을 점거하는 등 격렬한 투쟁을 벌인 끝에 전국 평균 월 110만루피아(9만5천원) 수준이던 최저임금을 지난해 대도시인 자카르타 기준으로 월 300만루피아(25만9500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을 정하던 방식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연동해 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이에 항의하는 총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리레스타리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노동자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한국 사업주들도 최저임금만 지급할 뿐 노동자들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5년차 캐디 노동자이자 캄보디아노동조합총연맹(CLC·조합원 30만명)의 산업연맹에서 일하는 선데이 펭(30)은 “아디다스·퓨마·나이키 등 초국적 의류자본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초국적 의류자본의 공장이 밀집한 탓에 봉제산업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정하는 캄보디아에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시위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노조 결성을 하려면 미리 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노동조합법’을 만들었고, 노조가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펭은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노동조합을 우산으로 비교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며 “노조는 우리의 권리와 자존심을 지켜준다. 한국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많이 가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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