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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과연봉제 서명” 노조 몰아붙이기…직인도용·집앞통제까지

등록 2016-05-03 19:53수정 2016-05-03 22:04

공공기관 연봉제 도입 파행

지난달말 데드라인 닥치자 절차 무시
인천항만공사, 퇴근 막고 날인 강요
수산자원공단, 대의원에 합의 ‘협박’
금융공기업, 노조간부 집 앞 진치기
노조들, 고발 등 대응수위 높이기로
지난 2일 저녁 6시반께 인천 신흥동 인천항만공사 노동조합 열평(33㎡) 남짓한 사무실에 10여명의 공사 간부들이 찾아왔다. 공사 간부들은 퇴근을 준비하던 이현 노조위원장에게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노사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이 정부가 성과연봉제 ‘조기도입’의 기준점으로 삼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서명할 수 없다. 퇴근하겠다”고 했지만, 공사 간부들은 계속 붙잡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 노조는 이날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을 묻는 투표를 벌였는데, 직원 160여명 가운데 136명이 참가해 반대 86명(63%)으로 부결된 상태였다. 이 위원장이 ‘붙잡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공기업정책연대(공기업 노조 27곳의 연대체)의 신고로 관할 파출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밤 11시반께 이 위원장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겨우 나가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자정을 넘겨 노조 사무국장이 합의서에 위원장 직인을 찍었다. 이 위원장은 “위원장의 직인을 도용한 것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눈이 멀어 회사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정책에 부응해야 했고, 데드라인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우리는 선도기관이 되고자 무조건 4월 안에 마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속도전을 벌이면서 빨리 도입하려는 사쪽과 이에 반대하는 노조쪽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합의의 법적효력에 문제가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노조 합의 절차를 생략하거나, 노조의 동의를 ‘강요’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김성규 수산자원관리공단 노동조합 위원장도 공단 쪽에서 지속적으로 합의해줄 것을 요구하자 사무실을 떠났다. 공단 쪽은 수석부위원장에게 합의서 서명을 요구했고, 수석부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며 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결국 공단은 밤 11시30분 노조 대의원 4명에게 서명을 받아 성과연봉제 도입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쪽에서 대의원들을 노조 조합원 자격이 없는 기획조정실로 발령내겠다고 협박하며 사인을 강요했다”며 “위원장이 아닌 대의원들이 서명한 합의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들도 노조 간부들의 집앞에서 진을 치며 합의를 요구하는가 하면, 공개된 장소에서 동의 서명을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결정한 곳은 자체적으로 법률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입 과정에서의 불법성 논란에 대해) 기재부가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는 쉽지 않고, 기재부가 도입을 종용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도입과정의 불법성에 대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가칭)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퇴출제를 폐기하고, 노-정간 직접 대화의 장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월28일 기재부가 만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은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늘리고, 대상 직원을 현행 7%(2급 이상)에서 70%(4급이상)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조 쪽에서는 “지나친 성과주의로 인해 공공성이 훼손되고 임금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4월말까지 조기도입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늦게 이행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지난달 29일까지 도입한 곳은 전체 120곳 가운데 40곳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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