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어린이집 원장·교사에 무죄
“6분에 70회 몸에 크게 무리없다”
벌금형 약식기소 했던 검찰
“아이 나이 고려하면 학대” 항소
“6분에 70회 몸에 크게 무리없다”
벌금형 약식기소 했던 검찰
“아이 나이 고려하면 학대” 항소
만 3살짜리 어린이에게 평균 5초에 한번꼴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70번 반복시키는 벌을 줬다면, 이런 행위는 ‘신체적 학대’로 봐야 할까, ‘훈육’의 한 방법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서울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3살 쌍둥이 형제는 지난해 6월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등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70번, 20번씩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벌’을 받았다. 어린이집 쪽에선 ‘생각하는 의자’(일정 시간 동안 작은 의자에 앉아 있도록 하는 것)나 ‘짝꿍놀이’(교사 옆에 잠시 있으면서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훈육하려고도 했지만, 쌍둥이의 행동이 제지되지 않자 “기운을 빼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른 폭행 등은 없었다.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허미숙 판사는 이 쌍둥이 어린이에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해서 시킨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어린이집 교사 여아무개(22)씨와 원장 원아무개(5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여씨 등이 두 어린이를 학대했다며 각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다. 앉았다 일어서기 지시를 두고 검찰은 ‘신체적 학대 행위’로, 법원은 ‘훈육’으로 엇갈리게 바라본 셈이다.
허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학대가 형법상 학대 개념보다 폭넓게 해석되는 것은 타당하지만 행위가 발생한 전후 과정과 이유, 행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앉았다 일어섰다’ 지시가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6분 동안 약 70회 앉았다 일어섰다를 한 것이라서 속도가 빠르지 않아 신체나 건강에 크게 무리가 됐을 걸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허 판사는 또 “폐회로(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아이들이 이후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보면 위압적인 분위기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여씨가 ‘아이들이 오늘 산만하고 힘들어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먼저 쌍둥이의 어머니에게 했다는 점도 무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현행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것을 신체적 학대 행위로 보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쪽은 “폭력이 수반된 심각한 아동학대가 아니라 애초에 약식기소를 한 측면도 있지만, 아이들의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학대와 훈육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항소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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