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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년 60살 시대 “성과급 전환” “호봉제 유지” 논쟁 커진다

등록 2016-05-09 19:43수정 2016-05-09 22:19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5·1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5·1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임금체계 개편 수면위로

정부·재계 “성과급 바꿔야”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해야
고용 유지·신규 채용 확대”

노동계 “호봉제, 생계유지 요건”
“복지 등 사회안전망 취약
생애주기 등 한국실정 맞춰야”

학계 일부 “직무급”
“정규·비정규직 동일하게
직무 가치 따라 지급”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년 60살 시대’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와 경영계를 중심으로 호봉제 위주의 현행 임금체계를 성과급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며 임금체계 개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경영계의 임금체계 개편이 성과주의를 부추기고 노동자들의 임금·고용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계를 중심으로 직무급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부·경영계 “더이상 호봉제 안돼” 9일 고용노동부는 호봉제를 성과급·직무급으로 바꾼 회사들을 소개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쇄회로기판을 만드는 ㅅ기업은 생산직을 대상으로 숙련 레벨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숙련급으로 개편했고, 유전개발지원서비스 업체 코엔스는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를 60개로 분류하고 4개로 직무등급을 나눠 직무등급 내에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발표해, 생산직 대상으로 호봉제를 능력급제로 바꾼 오시아이(OCI)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정부·경영계의 임금체계 개편 요구는 2013년 고정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올해부터 정년이 60살로 법제화되면서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고용부는 “나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때문에 중장년 장기근속자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채용를 꺼려한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정년 60살 의무화의 연착륙과 고용유지·창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하루빨리 성과·직무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0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호봉급을 채택한 사업체는 65.1%다. 3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초임자의 3.28배로, 일본의 2.46배, 독일의 2.10배보다도 훨씬 높다는 것이 정부와 경영계의 주장이다.

■ 노동계 “성과급 도입 반대”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호봉제가 생애주기에 따라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무조건 철폐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호봉제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노동자가 복지와 가계부양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한국 여건에 맞는 임금체계”라며 “호봉제를 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성과주의”라며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강화하고 해고를 쉽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차별해소를 핑계로 공공기관·대기업 노동자의 연공급을 집중 공격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하향평준화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임금체계 없이 최저임금만 바라보는 저임금 중소영세업체들의 임금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직무급 등 검토해야” vs “우리나라 현실 안맞아” 학계 일각에서는 “호봉제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면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심화와 비정규직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직무급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직무급은 노동자가 하는 일에 따라 직무의 가치를 평가해 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를 말한다. 유규창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직무급은 개별기업을 넘어 직무 성격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임금 격차 해소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노사정위원회에서 초기업적으로 직무에 대한 가치평가를 진행해 직무에 따른 임금 수준을 정하기로 합의하고, 산업별로 구체적인 임금 수준을 정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등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산별교섭을 통해 같은 산업 내 비슷한 직무에는 비슷한 임금 수준을 적용한다. 직무급와 유사한 성격으로 직무의 숙련도에 따라 지급되는 ‘직능급’이 한국에 더 적합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직무급은 임금 교섭이 산업별이 아닌 기업 단위로 진행되고, 인사운영이 ‘직무’보다 ‘사람’ 위주로 진행되는 한국의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직무가치에 대한 평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초기업적·산별교섭을 정부가 막아놓은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도 “한국에서는 직무로 사람을 뽑기보다 사람을 뽑은 뒤 직무에 배치하고 직무간 순환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이상적으로 직무급이 옳지만 한국에 도입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규창 교수는 “성과급의 경우 정부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기업이 알아서 반영하는 만큼, 정부는 직무평가도구, 시장임금 정보 등 직무급 임금체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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