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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센인 보상소송’ 기각한 도쿄 지방재판소 103호실

등록 2005-10-25 19:24

“이겨서 설움 씻고 싶다” 불안한 기대 끝내 짓밟히자 “어떻게 이럴 수가…”
“30초 남았습니다.”

25일 오전 10시 판결 시작을 알리는 안내원의 목소리에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 103호실은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판결을 위해 소록도에서 올라온 이행심 할머니(75)는 불안한 눈으로 재판소를 두리번거렸다. 할머니는 “소송에 꼭 이겨 그동안 받아온 설움을 씻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국 한센인들은 지난해 5월부터 일본·한국인 변호인단과 함께 “일본의 강제 격리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애초 원고는 117명이었지만 소송 가운데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민사3부 재판관의 판결은 짧고 분명했다. “판결을 발표한다. 원고의 소송을 기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끝까지 읽기도 전에 1년 반 동안 한국 한센인들과 소송을 진행해 온 일본 자원봉사자들의 흐느낌 소리가 법정을 가득 채웠다. 한센인 장기진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 대만 낙생원 항소 않으면 보상 가능
시민들 “항소 포기해 일 양심 찾아야”

같은 시간 재판소 밖에서는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졌다. 패소 판결을 접한 ‘한센병 소상청구소송 지원연락회’ 회원 100여명이 “일본은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본 한센병 환자에 대한 보상 전례를 들어 승소 판결을 예상했던 이들의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일본 기자들은 “30분 뒤에 발표되는 대만 낙생원 판결은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기된 표정의 일본 변호인단 관계자가 ‘승소’라는 펼침막을 들고 법원 밖으로 뛰쳐 나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도쿄 지방재판소 앞을 가득 채웠다.

정반대의 두 판결문을 들고 두 나라 변호사들은 분석에 들어갔다. 소록도 보상소송을 이끌어온 박영립 변호사는 “일본 법원의 소록도 판결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 민사3부가 내세운 판결 이유는 지난 2001년 6월22일 만들어진 ‘한센병요양소 입소자에 대한 보상금의 지급 등에 관한 법률’에 일본 국외의 요양소가 포함되는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었다. 대만 판결을 맡은 민사38부의 “낙생원을 일본 한센인 요양소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판결에 비하면 궁색하기 짝이 없다.

도쿠다 야스유키 변호사는 “소록도 한센인들이 패소했지만, 결과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변호인단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낙생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 소록도 한센인들에게도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민들은 “항소를 포기해 일본의 양심을 찾자”고 외쳤다.

도쿄/길윤형 〈한겨레21〉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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