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조만간 (연락) 오겠죠.”
‘잠적설’ 등이 나돌았던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검찰에서 연락오면 들어가려고 저도 준비중”이지만 아직 검찰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이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조세포탈을 한 의혹이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검찰이 전경련이나 어버이연합 관계자 소환 등에 나서지 않으면서 관련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추 사무총장은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 집회 지시 의혹’, ‘어버이연합 차명계좌 의혹’ 등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검찰 조사에서 다 말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기자의 해명 요청에도 “검찰에 진술하기 전이면 많은 소문이 양산되기 때문에 안 된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는 또 ‘추 사무총장이 연락도 받지 않고 잠수를 탔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비난하며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강명기 어버이연합 부회장도 “이렇게 멀쩡히 앉아있는 사람(추선희)보고 어디 도망갔느니, 자살이니 그딴 소리 하지말”라고 말하는 등 ‘잠적설’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추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몇 번 문자하고 연락했는데 연락을 안받더라.
“얘기할 기운이 없으니까."
-6월까지 건물에서 사무실을 빼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노인 무료급식도 다 중단하게 생겼다. 이 사람들(어버이연합 회원) 다 어디로 가야 하나? 나한테 들을 이야기 없다. 지금 여러분들의 무책임한 보도로 지금 저희만 쫓겨나게 생겼다. 이 사무실 빼는 게 누구 때문에 빼는거냐. 여러분들의 무차별적인 취재, 과잉취재 때문이다."
-사무실 따로 잡은 곳 있나?
“없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누가 사무실을 주겠나.”
-어버이연합이 차명계좌를 관리하고 있고, 그 차명계좌를 통해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에 대해 하실 말씀은 없나?
“저 차명계좌 없다. (사람들이) 진실은 생각 안한다. 이분들이(어버이연합 회원) 왜 이렇게 당했을까 이런 건 생각을 안 한다. 정말 이분들이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애국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모른다. 더 이야기해봐야 안 된다.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검찰조사 끝나고 나면 자신 있게 다 이야기할 거다.”
-검찰 조사 언제쯤 이뤄질까?
“그거야 내가 모른다. 검찰에서 연락오면 들어가려고 저도 준비중이고. 그러니까 얘기해보셔야 아무것도 안되니까 그만 하자. 저도 답답하다.”
-아직 검찰에서 언제쯤 검찰로 오라는 등 연락받은 적 없으신가?
“조만간 얘기 있으니까, 조만간엔 오겠지.”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를 열라고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
“아니, 우리는 시킨 일이 없다고 이야기했잖냐. 충분히 설명드렸다. 언론에 반박했다는 내용들이 다 나왔다.”
-보통 언제쯤 출근하나?
“일찍 나온다. (어버이연합 사무실) 주위에서 왔다갔다 한다. <한겨레>도 내가 유병언같이 잠적했다고 썼더라. 나는 여기서 다본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문 닫아놓는 거다. 아니,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잠적을 했다는 둥 뭐했다는 둥…. 우리는 일당받고 다니는 조직이 아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우리에게 일당 받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일당 안받는다. 탈북자들이나, 그분들은 어려우신 분들이니까 차비조로 도와줬지만 우린 일당 받은 일 없다. 그러니까 나중에 그 이야기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겠다.
-새로운 연락처는?
"아무도 안알려줬다. 하도 연락이 와서. (어버이연합이 일당을 받고 보수집회에 동원됐다는 내용을 담은 <주간경향>의 인터넷 기사를 보여주며) 어버이연합 일당 받지도 않는데 이 양반도 일당 받는다고 써놨잖나. 어버이연합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삽질하는데 정말로 잘못하는 거다. 제가 이 조직을 십년 이상 끌고 올 수 있던 게 ‘돈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그런 거 안 한다. (돈 문제는 없었다는 취지) 마음으로 뭉쳤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고. 사무실 문 닫을 때까지 그분들 다 뭉치게 돼있다. 이분들은 자기들이 겪은 6·25전쟁에 대한 참상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게끔 열심히 지키기 위해서 노력중이다. 어제 새벽에 북한 수공작전 얘기 들으셨나. 임진강 쪽에. 걔들은 호시탐탐 준비중이다. 언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애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형제니, 동족이니 이런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거다. 제가 할 이야기는 다 했다. 검찰 수사 끝나면 다 말할 것이다. 검찰에 진술 다 했기 때문에 그때부턴 얘기해도 되지 않나. 그런데 검찰에 진술하기 전이면 또 많은 소문이 양산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거다. 검찰 쪽에서도 지금 현재 나온 얘기(언론보도된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하더라.”
-건강은 괜찮은가?
“나 멀쩡하다. 지극히 정상이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담배피우지 않나.”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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