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관급 TF 첫 구성
“실손보험 과잉진료 부르고
보험료 인상 악순환 반복”
비급여 과잉진료 축소가 쟁점
“실손보험 과잉진료 부르고
보험료 인상 악순환 반복”
비급여 과잉진료 축소가 쟁점
정부가 최근 급격한 보험료 인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제도(실손보험)의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실손보험이 의료쇼핑·과잉진료를 부르고 보험사들이 그에 따른 손해를 보험료 인상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18일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개발원 등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은 ‘실손의료보험 제도 정책협의회’를 열어, 실손보험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태스크포스는 올해말까지 운영되며, 의료계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실손보험 문제가 차관급 회의체에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병원 치료를 받거나 입원할 때 실제 본인이 내야 하는 의료비를 80~90%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32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 혹은 ‘국민보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부적절하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도 않은채 실손보험이 확산되면서, 일부 가입자가 무분별한 의료 쇼핑에 나서고 병원들도 보험 가입자를 부추겨 과잉진료를 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최근 들어선 진료비가 10만원 이하이면 진단서가 필요 없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주사요법, 도수치료, 필라테스 등을 권하는 병원까지 생겨나고 있다.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지자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다. 올들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20~40%나 올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한번이라도 보험금을 청구해서 받은 사람은 20% 정도다. 결과적으로 보험금을 타지 않고 꼬박꼬박 보험료만 납부한 나머지 2500만명은 가계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과잉진료가 보험료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면 수년내 실손보험료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며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이 실손의료보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실손보험이 유발하는 과잉진료로 인해 전반적인 의료량이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책협의회는 실손보험 제도 개선 과제를 실손보험 관련 통계시스템 구축, 적정 위험율 반영과 그에 따른 보험료 책정, 보험금 청구·지급 과정의 편의성 개선 등 3가지로 잡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스크포스 논의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건강보험 보장이 되지 않는 비급여 부문의 과잉진료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관행을 유지하려는 의료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급여 부문의 의료행위는 환자와 의사 간의 사적 계약으로 분류되면서 통제받지 않는 영역이었다. 이 때문에 비급여 의료행위의 항목과 코드를 표준화하고 진료비 심사도 체계적으로 관리받게 하자는 요구가 제기돼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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