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김효진씨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열린사진관’에서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박수진 기자
장애인의 손발이 되고 싶은 김효진(24)씨는 한 사회복지기관에 원서 접수를 앞두고 마음이 바빠졌다. 이력서에 붙일 사진도 찍고 면접용 정장도 한 벌 마련해야 하는데,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에서 주중 반나절 사무보조를 하고 받는 알바비가 소득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저렴한 곳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단돈 1만원에 정장을 빌려주고 증명사진 촬영과 사진 보정까지 해주는 ‘열린사진관’을 알게 됐다. 김씨는 지난 12일 열린사진관을 찾아 인터넷으로 예약해둔 여성용 재킷과 블라우스를 입고 사진 촬영을 마쳤다. 김씨는 “저처럼 주머니가 홀쭉한 취준생에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17일 대학들이 모여 있는 서울 신촌·홍익대 인근 사진관 15곳에 문의해보니, 취업용 증명사진 촬영비는 평균 5만원이다. 5만원을 웃도는 사진관도 2곳 있었다. 홍대 인근의 ㅇ사진관 관계자는 “취업용은 촬영이 끝나면 포토샵 등으로 정밀한 보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진보다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진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을 하려면 남성의 경우 평균 3만원, 여성은 5만원 정도가 든다. 스타일링까지 하려면 또 추가 비용이 든다.
3x4㎝ 증명사진 한 장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서울 마포구의 ‘착한 가게’ 3곳이 의기투합했다. 이들 업체는 취준생과 재취업에 도전하는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부터 매주 목요일 열린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열린옷장’은 정장을 빌려주고, 사진 촬영과 보정은 ‘바라봄 사진관’의 전문 사진사들이 맡았다. 비용은 1만원이다. 평소 열린옷장 대여비(여성)는 블라우스 5천원, 재킷 1만원, 치마 1만원, 구두 5천원 등으로 정장 차림을 갖추는 데 3만원가량이 든다. 홍대 인근의 미용실 ‘김청경 오테르’에서는 취업 직종에 따른 헤어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책임진다. 남성 헤어스타일링은 5천원, 여성은 1만원이며 메이크업도 3만원에 해준다.
열린사진관에서 지난 12일 만난 취준생 용아무개(26)씨는 “취업문이 좁다 보니 남성들도 면접관의 눈에 띄게 사진 촬영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편한 분위기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열린사진관을 기획한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는 “기성 세대로서 청년 세대한테 해준 게 없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금전적인 도움뿐 아니라 누군가 청년들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열린사진관은 사전예약(070-4325-7521)을 통해 선착순 15명을 신청받는다.
글·사진/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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