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생부종합전형 면접과 로스쿨 면접 제도 비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해 불공정 입시 논란이 일면서 최근 로스쿨협의회가 입시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로스쿨의 입시전형을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비교분석한 결과, 로스쿨 입시제도는 ‘형식적 공정성’ 확보 면에서 훨씬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 면접관 친인척 배제
지난 13일 발표한 입시 개선안에서 로스쿨협의회는 면접관에게 수험생의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무자료(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접관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방안이나 면접관들의 면접 관련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안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취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양한 재능의 학생을 뽑기 위해 정성평가를 강화하면서 도입된 학종은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성 확보 시스템’(aof.kcue.or.kr)을 개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12년부터 이 시스템에 교직원 및 교수의 연말정산 자료, 인사 현황 자료, 가족 장학 사항을 축적한 ‘회피·제척’ 기능을 마련한 뒤 입학전형 과정에 활용하도록 했다. 각 대학은 면접관 선정 전, 면접 합격자 발표 전, 최종 합격자 발표 전 총 세 차례에 걸쳐 이 시스템을 실행하고 해당 지원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이는 면접관에서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로스쿨 면접은 면접관의 자발적 양심에 따라 스스로 회피하는 방식에 그친다. 사후 적발 시 징계하지만,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학교 규정에 따른다. 박채진 순천대 전임입학사정관은 “개인 양심이나 사후 적발 시 처벌에만 의존하지 않고 체계적인 공정성 도구가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면접관 교육
현재 학종 면접관은 교직원 신분인 전임 입학사정관의 경우 연간 100~120시간, 교수 신분인 위촉 입학사정관은 연간 40시간 이내의 사전 교육을 받는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지원사업 신청 시 이를 주요 심사 요건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를 지킨다.
반면 로스쿨은 특별한 지침 없이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현재 로스쿨 면접은 인성면접의 경우 타 학과 교수가 포함된 교수진이, 심층면접의 경우 주로 법을 전공한 로스쿨 교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로스쿨 외부 인사의 경우 이틀 전 면접관으로 들어오라는 통보를 받고 기본 숙지사항만 익힌 뒤 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형규 한양대 로스쿨 원장은 “보통 타 과 교수들은 2~3일 전에 면접관으로 통보받는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기본 기준 등 가이드라인은 교육한다. 법대 교수들은 법을 잘 알고 자신이 법 공부를 해왔으므로 면접 교육을 장시간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보안 문제와도 관련 있어 교육을 오랜 기간 하진 않는다. 좋은 학생을 뽑는 능력이 교육 시간과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여건이 된다면 더 교육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기소개서 검증
로스쿨협의회는 올해부터 부모 신상 등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표절할 경우 이를 검증할 방법은 아직 없다. 대교협이 만든 ‘공정성 확보 시스템’에는 각 대학에 제출된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매년 취합해 축적해놓은 ‘유사도 검증’ 기능이 있다. 제출된 자기소개서가 기존 지원자(대학 내, 대학 간 모두 가능)와 얼마나 유사한지 판별해 유사도율 5% 미만일 경우 ‘유의’, 5% 이상~30% 미만일 경우 ‘의심’, 30% 이상일 경우 ‘위험’으로 판단한다. ‘위험’의 경우 확인 작업을 거쳐 대부분 불합격시킨다.
학종 역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교육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교육기회 불평등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적어도 ‘형식적 공정성’에 대한 장치는 어느 정도 돼 있는 셈이다.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 연구위원회에서는 제도 평가 보고서도 발표하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로스쿨 쪽은 공정성 논란에 대해 ‘정성평가라는 게 어쩔 수 없다’ ‘공정성을 확보하려다 다양성을 잃는다’ 등의 방어논리를 펴기보다 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는 절차에 대한 고민을 더 진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영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로스쿨은 대학원이긴 하지만,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일반대학원 입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진명선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