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개별사업에 땅 나눠주기…조성이념·협의 훼손”
콘텐츠 선정안 독단 비판…민관 참여 공동조사 선행 제안
콘텐츠 선정안 독단 비판…민관 참여 공동조사 선행 제안
서울시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용산공원 개발 계획(콘텐츠 선정 계획)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부지에 대한 민관 참여(거버넌스)형 공동조사를 먼저 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와 시의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서울시 협조에 의한 주변 개발로 기지 이전 비용 등을 마련하기로 한 사업 구조상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부처들의 개별사업을 위한 땅 나눠주기 양상으로, 난개발에 의한 용산공원의 집단적 훼손이 우려된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용산미군기지 이전 뒤 조성될 용산공원에 들어설 주요 시설(콘텐츠)을 발표하고, 다음달 이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두 정부기관이 제안한 시설로, 스포테인먼트센터(국민체력인증센터 등), 어린이 놀이시설, 국립과학문화관, 호국보훈 상징 조형광장, 국립어린이아트센터, 국립여성사박물관, 아리랑 무형유산센터(아리랑 체험관 등), 국립경찰박물관이 꼽혔다.
용산공원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까지 제정해 추진해온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이 법은 “반환되는 용산 부지는 최대한 보전하고 민족성·역사성·문화성을 갖춘 여가휴식·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역사와 기능을 소개하는 국립경찰박물관, 창업 인큐베이터, 스포츠·문화 시설 등이 선정된데다, 이들 시설 연면적이 3만3000㎡에 달해 ‘용산 부지 보존’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콘텐츠 선정 전 수요 조사와 설문조사가 단 한 달 진행됐고, 조성 부지에 대한 공식적 현장 조사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질적 시민 참여와 여론 수렴을 거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은 서울 도시계획의 주축으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종합기본계획과 용산공원조성계획 수립, 용산공원정비구역 지정, 복합시설조성계획 승인 등을 할 때 서울시장과 ‘협의’한 뒤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가 정부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시와 어떤 수준의 ‘협의’를 거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시의 반대 입장을 국토부에 두 차례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군기지 이전 뒤에도 현황 조사, 오염 치유 등을 거쳐 공원을 조성하기에 시간이 충분한데도, 정부가 성급하게 다음달 (콘텐츠 시설을) 확정하겠다며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콘텐츠 시설 확정을 보류하는 대신, 앞서 여러 주체가 참여한 용산공원 조성 부지 공동조사 결과와 조성 부지 현황 정보, 공원 조성계획 추진 상황 등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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