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2013년 9월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서 하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현행법으론 동성 혼인 허용 못해”
한국 사회 동성부부의 첫 혼인신고를 두고 2년을 끈 법원의 판단이 ‘불허’로 내려졌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이태원 법원장은 25일 영화감독 김조광수(51)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32)씨 부부가 동성 간 결혼이라는 이유로 서울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 법원장은 “시대적, 사회적, 국제적으로 혼인 제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이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행법 체계하에서 법률 해석론만으로 ‘동성 간의 결합’이 ‘혼인’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관계등록법 등 현행법에 규정된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당사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을 혼인으로 확장해 해석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는 결정문에서 “사법의 역할이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큰 비중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한 법률적 혼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신청인들의 입장에 공감이 가는 바가 없지 않고 상황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9월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하객 2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는 같은 해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냈지만, 구청 쪽은 ‘민법상 동성혼은 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에 김씨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부부의 날’인 이듬해 5월21일 서부지법에 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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