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자와 설리의 연애를 보며 최자를 능력자라 칭송한다.’
‘욕을 할 때 상대의 성별과 상관없이 ~년이라는 표현을 쓴다.’
‘커뮤니티 내에 속한 여자를 외모로 품평한다.’
‘처음 보는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면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다.’
‘자기보다 나이 어린 여자에게 애교를 보여 달라 한다.’
‘함께 도와 일하는 여성들을 여직원이라 부른다.’
‘권력구조가 유지되는 조직에서 남성들만의 모임을 만들고 여성은 끼지 않게 한다.’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 ‘영기획’을 운영하는 하박국씨의 ‘고백’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하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중·남고 6년, 군대 2년과 나머지 기간동안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보고 듣고 직접 저지른 것은 ‘여성혐오’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남성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위와 같은 여성혐오의 사례를 소개하며 “남성들이 여성혐오에 무지한 이유는 (남성 사회) 구조 밖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사고 할 이유와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계질서가 강고한 남성 사회의 분위기를 지적하며 “(남성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보다 서열에 따른 역할로 인지하는 데 익숙하고, 여기엔 여성의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남성의) 세계관에서는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짱’이 미녀를 얻고, 이 때문에 여성의 의사는 애초에 듣지도 않은 채, 서로 싸움을 통해 여자를 차지하려는 우스운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남성들은) 사회에서는 능력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직접 여성과 만나기도 전부터 스스로 자신을 연애 시장에서 탈락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여혐을 공론화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이면을 내재된 증오로 꼽았다. 하 대표는 “남성들 사이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전리품(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증오가 향하는 곳은 모두 여성”이라며 “상대(여성)를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생각조차 안 해보고 자신(남성)을 짝짓기 시장에서 멋대로 포지셔닝한 뒤, 여성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가장 흔한 방식인 폭력으로 상대를 차지하려고 하거나 자신을 존중하게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두고) ‘여성혐오’에 한정 짓는다면, 남성들은 모두 가해자라고 해야 옳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례에 언급된) 행동을 하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동조하는 것 모두가 여혐”이라며 “남성들이 무의식 중에 계속 ‘여혐’을 저지른다면, 서로 지적하고 반성하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당부했다. “남성의 게으름과 무지가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 박아무개씨는 댓글에 “결국 여혐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태도들이 더욱 깊은 골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무개씨는 “여성혐오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열된 사례”라고 했다. 이 글은 25일 오후까지 1300여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4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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