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텀 레이니스미스(뉴질랜드) 전략캠페인팀 간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들머리에서 지난해 11월14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시민단체 “물대포 책임자 간데없어”
가족들 “20대 국회에 마지막 기대”
가족들 “20대 국회에 마지막 기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지금까지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었지만 쓰러진 국민만 있을 뿐, 살인적 폭력을 가한 가해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 한낮의 뙤약볕 아래서 이호중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200일째를 하루 앞둔 이날, 인권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폭력에 대해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은 현실을 비판했다. 장소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때 백씨가 쓰러진 바로 그 자리였다. 백남기대책위 최석환 사무국장은 “200일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경찰·검찰의 조사(결과)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은 (나오지 않고) 모두 지난해 11월14일 이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사건 발생 당일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며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체 조사는 중단된 상태다.
검찰 쪽에서도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와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이 사건 발생 직후 서울중앙지검에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 7명을 살인미수,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이후, 지난해 12월 한 차례 고발인 조사를 했을 뿐이다. 백도라지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당한 일을 고발하면 합당한 절차에 따라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는 게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검찰이) 일을 안 하고 있는 거잖나. 답답한 걸 떠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백남기씨는 현재 대뇌 절반 이상과 뇌 뿌리가 손상돼 의식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다. 백씨 가족에겐 이날 개원한 20대 국회가 마지막 희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최근 경찰의 과도한 물대포 사용 문제를 따지기 위해 특검 도입과 청문회를 열기로 입을 모으고 있어서다.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는 백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는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빠가 오래 잘 버티셨으면 좋겠다. 꼭 (특검·청문회를) 보고 가시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