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인공지능 선생님은…“화 안 낼거야” “바른 길로 못 이끌걸”

등록 2016-05-31 20:24수정 2016-05-31 23:11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반포초등학교 5학년6반 스물다섯명의 학생들이 ‘인공지능 선생님은 가능한가’라는 논제로 찬반 토론 대결을 펼쳤다. 사진은 각자 그려온 인공지능 선생님 그림을 들고 있는 모습.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반포초등학교 5학년6반 스물다섯명의 학생들이 ‘인공지능 선생님은 가능한가’라는 논제로 찬반 토론 대결을 펼쳤다. 사진은 각자 그려온 인공지능 선생님 그림을 들고 있는 모습.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AI가 교단에 선다면’ 초중고 설문조사

한 학급 절반씩 찬반 나눠 토론
“사람 아니니 존경할 수 없어”
“선생님을 꼭 존경해야 하나?”

“사회성 가르칠 수 있으려나?”
“질서 더 잘 지켜 본보기 될 것”
“2050년 5월23일 월요일, 바람도 해도 자고 있는 날씨에 우리의 인공지능 선생님은 화면 앞에 서 있다. ‘아인슈타인’이란 이름의 우리 담임선생님은 국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신다. 실제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홀로그램이다. 생각장치가 달린 로봇 위에 올라가 ‘E=MC²’을 가르친다. 선생님은 오직 화면 위의 홀로그램이다. 때문에 선생님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강민규군이 그린 ‘우리의 인공지능 선생님’ 그림 설명)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초등학교 5학년 6반 학생들 책상 위에는 ‘인공지능 선생님’을 주제로 각자 그려 온 그림과 설명글이 놓여 있었다. 이날 학생들은 ‘인공지능 선생님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에 대해 ‘찬성’팀과 ‘반대’팀으로 나눠 토론 대결을 벌였다. 학생 25명 중 13명이 ‘가능하다’ 쪽에 앉았다. 나머지 학생은 ‘가능하지 않다’는 쪽이었다.

담임 교사 권정희(60)씨가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볼 사람?” 하고 묻자 학생들은 앞다퉈 손을 번쩍 들었다. 박태현(11)군이 먼저 “인공지능 선생님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주장에 찬성 쪽 김도윤(11)군은 반론을 펼쳤다. “전 가끔 같은 반에 못된 애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인공지능 선생님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화를 내지 않을 거예요.” 반대 쪽 학생들도 반박을 멈추지 않았다. “인공지능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학생을 바로잡아줘야 할 생각도 안 할 거예요. 인간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 학생을 바른길로 인도하려 할 거예요.” 박민서(11)양이 반론을 펼치자, 교실은 공감하는 듯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후반부로 갈수록 토론은 더 달아올랐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선생님을 저는 존경할 수 없어요.” 이정서(11)양이 의견을 말하자 찬성 쪽 김은지(11)양이 허를 찌르는 반박 논리를 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을 꼭 존경해야 하나요?” 옆에 있던 김도윤(11)군도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존경과 사랑은 다른 곳에서 찾으면 됩니다”라며 김양의 논리를 보충했다.

반포초 5학년 이정서양이 그린 인공지능 선생님. 사각형 머리를 한 인공지능 선생님이 직사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반포초 5학년 이정서양이 그린 인공지능 선생님. 사각형 머리를 한 인공지능 선생님이 직사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반대 쪽 학생들도 지지 않았다. 박동하(11)군이 “학교는 공부만 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을 배우러 오는 곳이에요. 인공지능이 사회성을 가르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찬성 쪽에서는 다시 새로운 답변이 나왔다. 정찬희(11)군은 “미래에 인공지능은 제2의 인간입니다. 미래에 발전된 인공지능은 인간 선생님과 같은 사회적 역할도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받아쳤다. 옆에 있는 학생도 지지 의견을 폈다. “인공지능은 기계이기 때문에 사회 질서를 더 잘 지켜서 아이들이 본받을 거예요.” 누군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자 아이들이 서로 마주 보고 “하하하” 웃었다.

이날 토론은 <한겨레>가 신나민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인공지능과 미래교육’ 설문조사를 계기로 이뤄졌다. 신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초등학생들의 인식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2006년 평균 연령 14살의 초중고생 85명을 대상으로 1인당 40분씩 심층 인터뷰해 ‘로봇과 학습의 관계맺기: 초중고생 관점에서’(2007)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로봇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학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논문은 “‘로봇이 가르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학교 선생님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의 50.2%가 “인공지능 선생님이 인간 선생님을 대신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신 교수는 “보통 학계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한다. 하지만 이젠 학교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교육의 남은 역할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관련기사]

▶ 바로 가기 : ‘교사 로봇’ 가능할까?…교사들 기대반 우려반
▶ 바로 가기 : 초등생 절반 “인공지능 선생님 괜찮아요”
▶ 바로 가기 : 대학생 70% “인공지능이 직업선택 영향줄 것”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