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법조로비 의혹. 연합뉴스
법조로비 수사
의문점땐 금융거래 들춰볼 예정
확실한 단서 없다며 당시 윗선인
고검장 박성재·국정원 최윤수 제외
‘보고받은 윗선 조사해야’ 지적일어
검찰, 적의처리 보도에 예민 반응
의문점땐 금융거래 들춰볼 예정
확실한 단서 없다며 당시 윗선인
고검장 박성재·국정원 최윤수 제외
‘보고받은 윗선 조사해야’ 지적일어
검찰, 적의처리 보도에 예민 반응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의 ‘수사 무마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수사를 맡았던 수사팀 10여명의 통화 내역을 조사하는 등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수사 지휘부인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는 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홍 변호사는 1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기로 해 법원은 수사기록만 보고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31일 “수사팀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의 동의를 받아 통화 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검사들은 정운호씨의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 2014년 11월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와, 지난해 10월 정씨를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다. 검찰은 일부 수사팀 관계자가 홍 변호사 및 최유정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통화 내역을 조사한 뒤 수사팀 관계자의 금융거래 내역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수사팀을 지휘한 ‘윗선’은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만한 단서가 아직 없다. 단서가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씨 구속기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박성재 서울고검장, 3차장은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이었다.
검찰이 정씨 수사팀을 모두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만큼 윗선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조직 특성상 수사 결과는 결재권자인 윗선에 보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가 청탁할 대상은 현직 수사팀이 아니라 그 윗선일 가능성이 높다. 홍 변호사는 지난 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씨 사건 관련해서) 담당 부장이나 수사 검사를 만난 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홍 변호사가 정씨에게 3억원을 받는 대가로 청탁하겠다고 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일선 수사 책임자가 아니라 그 윗선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인 ‘보석 로비’ 관련 언론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동열 3차장은 30일 밤 검찰 출입기자단에 “정씨 보석에 대해 ‘강력부가 반대 의견을 냈으나 적의처리 의견이 나갔고, 이 과정에 윗선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 문자를 보냈다. 이날 오전 <노컷뉴스>가 보도한 정씨 보석 처리 관련 의혹 기사를 겨냥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에도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낸 바 있다. 당일 아침 <한겨레>가 보도한 ‘당시 수사팀은 정씨 보석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기사가 오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 “당시 수사팀은 보석 반대 의견을 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관련 의혹은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검찰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씨의 검찰에 대한 로비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씨는 보석을 받아내는 대가로 최유정 변호사에게 50억원을 건넬 정도로 보석에 집착했다. 검찰은 매우 이례적으로 ‘법원 결정에 따르겠다’는 적의처리 의견을 제출해, 검찰 단계 로비는 사실상 성공했다. 당시 검찰의 보석 관련 의견은 정기 인사 이전에 이뤄졌고, 의견 제출은 인사 이후에 이뤄져, 전·현임 검사 및 지휘부 모두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여전히 “1월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있기 전 정씨 쪽의 보석 청구에 대비해 수사팀장(강력부장)과 공판팀장(공판부장)이 의견을 모았고, 인사 뒤 공판검사가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석 청구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이 미리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고, 사전에 보석 관련 의견을 조율할 정도로 신경 쓴 사안을 윗선 보고 없이 공판검사가 제출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검찰의 해명을 실무진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꼬리 자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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