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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단녀 ‘시간제 일자리’ 결국 2년짜리였다

등록 2016-06-05 20:13수정 2016-06-06 09:27

여성 취업 정책 2년 현주소

애초 정부 구상 정규직이었는데
현대차·삼성 등 기한 되자 계약해지
“비용 감수하며 채용할 이유 없어”
고용부도 사실상 정책 유지 포기
“기업들에 법적 강제 할수없어”
결혼 뒤 직장을 그만뒀던 주부 김아무개(46·울산)씨는 2014년 6월 현대자동차 사원이 됐다. 현대차가 운영하는 시승센터에서 토요일, 일요일에 8시간씩 시승차량 청소와 관리를 담당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입사한 것이다. 연봉도 960만원으로 수당·상여금 등을 추가로 받았다. ‘2년 계약직’이었지만, 휴양시설 이용과 의료비 보조 등 정규직이 받는 혜택도 받을 수 있어 근무조건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최근 현대차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역시 시승센터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한 정아무개(47)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당시 시승센터로 채용된 20여명의 시간선택제 입사 사원들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정씨는 재계약이 되는 데 유리할까 싶어, 2014년 12월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시간선택제로 달라진 일상’을 주제로 한 사진전에 응모해 입상하기도 했다. 정씨는 “현대차에서 우리가 맡던 업무를 파견직으로 돌리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계속 필요한 일이라면 우리를 계속 채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결혼·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주부나 중장년층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다. 정부는 2013년 하반기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이에 응답한 대기업들은 2013년말~2014년초 경쟁적으로 시간선택제 채용 계획을 밝혔다. 고용부는 이들 기업이 한데 모여 채용박람회를 열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 홍보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6000명, 롯데는 1900여명, 신세계는 1000명을 뽑기로 했고, 2014년 2월 현대차는 그룹 전체에서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목표로 했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정규직(무기계약직)이면서 노동시간만 짧은 일자리였다. ‘다른 조건은 정규직과 같지만 노동시간만 짧은 일자리’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당시 시간제 일자리를 모두 2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현대차는 당시 “시간선택제 직무로서의 적합성과 개인별 업무 평가 등을 고려해 지속 고용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홍보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승센터 인원의 경우 더이상 시간선택제로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다른 직무에 대해서도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채용한 것인데 비용을 감수하면서 계속 채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말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하기로 한 삼성그룹도 모두 2년 계약직으로 뽑고 있다. 당시 “대기업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실상은 비정규직”이라는 지적이 일자 고용부는 “(삼성전자의 채용계획은) 2년 계약직이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계속 고용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대신 해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홍보 관계자는 계속 고용이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 “그룹 방침상 채용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유통 관련 대기업은 시간선택제 채용을 지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홍보 관계자는 “채용 조건이 좋아 당시 입사한 분들의 고용유지율은 좋지만, 정부 요청으로 그때만 채용한 것이지 이후론 더 이상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2년이 지난 지금 신규채용을 통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규 채용만 가지고 고용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전일제 노동자가 일시적으로 시간제로 전환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대기업에서 채용한 시간선택제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도 현재는 고용부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 쪽에 계약을 더 할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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