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국제협력처 대사관 무급 인턴 모집 안내 이메일
한양대 재학생 ㄱ씨는 지난 5일 대학 국제협력처(이하 국제처)에서 보낸 ‘재외공관 한국대사관 현장실습 모집공고’ 메일을 받았다. 7월부터 6개월간 라오스·인도·이탈리아 등의 한국대사관에 파견돼 일할 인턴십 학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국제처는 ‘재외공관 인턴십’ 업무를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각국 대사관에서 공관 실무를 접하고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행정 관련 실무를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나 대사관에서 지급하는 급여는 없다. 대신에 학교 쪽에서 항공비 일부와 생활비조로 매달 35만원을 지원한다. 이력서에 넣을 스펙 한 줄이 아쉬운 ㄱ씨는 고민 중이다. ㄱ씨는 “해외에서 35만원으로 생활할 수 있겠느냐”며 “좋은 스펙을 얻으려면 무급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국제처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재외공관 예산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턴이라는 제도가 없어서 우리가 먼저 대사관에 부탁을 했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요청하는 대사관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재외공관의 ‘무급 인턴’ 프로그램은 외교부 방침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재외공관에서 청년들에게 인턴 경험을 내세워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무급 인턴 운영 금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한양대 재학생 박아무개(23)씨는 “지난해 몇몇 대사관들이 무급으로 인턴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결국 인턴을 채용하지 않기로 했던 기억이 있는데, 학점 인정을 이유로 다시 무급 인턴을 쓰려는 건 꼼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쪽은 ‘학점 인정’을 근거로 무급 인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교 쪽은 “학생들도 가서 많이 배울 수 있고, 대사관에서도 돈 안 들이고도 인턴을 고용할 수 있다. 착취하려는 게 아니라, 학생들은 학점을 인정받고 일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재외공관 담당관실 관계자는 “무급 인턴은 위법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각 공관에 운영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고 지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학점 연계 인턴은) 학교 사정이고 우리는 무급 인턴은 의뢰가 와도 권유하지 않는다. 사실관계와 위법 소지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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