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2동에 사는 임아무개 할머니집에는 3년 가까이 15톤의 쓰레기더미가 쌓여 방치됐다. 북가좌2동 주민센터 제공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의 한 주택. 대문을 열자마자 거대한 ‘쓰레기 산’이 펼쳐졌다. 고장난 선풍기와 까맣게 곰팡이가 핀 종이박스, 낡은 헌 옷, 식당에서 쓰다가 버린 식기류 등이 뒤엉켜져 쌓여 있었다. 이 쓰레기 산 틈새로 난 계단을 올라 집안으로 들어가니 퀴퀴한 냄새와 함께 천정까지 닿을 듯한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이 집에 사는 임아무개(86) 할머니는 오래 전부터 동네에 버려진 폐지나 재활용품을 주워 집안에 쌓아두곤 했다. 경증이지만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대신해 며느리가 버는 돈이 다섯식구의 유일한 수입이다 보니, 적은 돈이나마 생활비에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 임 할머니는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2011년 남편과 사별한 뒤로, 임 할머니는 아들 부부가 만류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 모으기에 집착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재활용 업체를 불러 쓰레기를 정리했지만, 3년 전부터는 수거업체도 쓰레기 가져가길 거절했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쓰레기 더미는 대문 안을 넘어 ‘주인’을 밀어낼 지경까지 이르렀다. 방 4칸 중 3칸이 쓰레기로 가득차, 2년 전부터는 아예 다섯식구가 임 할머니 방에 모여 지냈다. 임 할머니와 가족 간의 갈등도 나날이 심해졌고, 쓰레기 더미가 뿜어내는 악취가 집 밖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2동에 사는 임아무개 할머니집에는 3년 가까이 15톤의 쓰레기더미가 쌓여 방치됐다. 북가좌2동 주민센터 제공
“냄새가 심한데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해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웃들의 민원이 접수됐다. 쓰레기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아들 윤씨도 주민센터에 고민을 털어놨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이웃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대문구 북가좌2동 직능봉사단체 회원과 지역주민, 환경미화원, 주민센터 공무원 등 30여명은 지난 14일 오전 9시께 대대적인 쓰레기산 청소에 돌입했다. 집안 곳곳에 쌓인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품 등을 정리하는 데만 6시간쯤 걸렸다. 대문 밖으로 꺼낸 쓰레기 물량은 모두 15톤 분량이었다. 2.4톤 트럭 4대와 5톤 트럭 1대가 동네를 오간 뒤에야 청소가 끝났다.
아들 윤씨는 “그동안 청소를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이웃의 도움으로 쓰레기를 치웠다”며 “자녀들의 정서와 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임 할머니의 동의를 얻은 뒤, 서대문구 내 정신보건증진센터에 안내해 심리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