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고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마련돼
세월호 유가족, 민간잠수사, 시민들 발길 이어져
18일 오후7시, 서울 은평구 시립 서북병원 장례식장 앞 주차장에서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추모의 밤’ 행사가 열렸다. 추모 행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4·16연대, 4·16가족협의회 등 추모객들이 김 잠수사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현장 2신]
18일,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 주차장 한 구석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고인의 젊은 시절 영정사진과 근조 화환이 놓였다.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이라는 입간판이 중앙에 놓여 지자, 옷과 가방 등에 노란 리본을 달고 찾아온 시민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후 7시께, “형님은 아시죠? 우리 잠수사들 뭐 바라고 간 게 아닙니다. 잠수사니까 갔고요, 가서 아이들 하나 둘 건져 올렸어요. 우리 잠수사들은 아내고 아이고 안아주지를 못해서 오해도 받아요.” 고 김관홍 잠수사에게 보내는 추모의 글을 읽어 내려가는 박래군 4.16 상임운영위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한 밤 중 고인에게 이렇게 전화가 걸려올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박 위원의 추모사를 듣고, 김 잠수사의 어머니 박귀순(68)씨는 통곡했다.
이날 추모의 밤에는 김 잠수사의 가족들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함께 나섰던 민간 잠수사, 박주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민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4명을 다 수습하지 못한 자신들은 죄인이라며 우리 세월호 가족을 보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민간 잠수사님들에게 우리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며 “유가족들에게 민간 잠수사들은 영원한 은인이며,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줘야 할 세월호 의인”이라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유가족들에게 두 딸과 한 명의 아들, 모셔야 할 부모님들이 생겼다”며 “고 김관홍 잠수사를 대신해 저희들이 모시고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흐느꼈다.
이어서 4.16 미디어 연대가 준비한 추모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 김 잠수사는 “사회 지도층이신 고위 공무원께서는 왜 모르고 기억이 안 나는지, (세월호) 가족분들하고 저희(민간 잠수사)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단순한 거예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 진실은 다를 수 있지만, 상황은 정확히 얘기해야죠. 욕을 먹더라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회 국민안전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증언했던 내용이었다. 영상을 통해 김 잠수사의 음성이 흘러나왔을 때, 그의 아내와 어머니는 주먹을 쥐고 가슴을 내리치며 한참동안 통곡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온몸을 던져 희생자들을 구했던 민간 잠수사 김상우씨는 동료를 떠나보내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김씨는 “관홍이가 현장에서 부상을 많이 입었는데도 다른 잠수사들이 힘들까봐 자신이 해야 한다며, 몸을 사리지 않았다”면서 “잠수사들 옷에 구멍이 나면 자신 것이 아닌데도 슈트도 붙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인이 희망했던 바람을 소개하면서 “4.16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에 민간 잠수사들의 명예회복과 치료를 위한 개정안이 담겨져 있고, 국회에 접수됐다”며 “늘 곁에서 도움을 주었던 4.16연대와 변호사들,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운전기사로 자원봉사를 자청했던 김 잠수사는 박 의원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박주민 의원은 “선거 운동 당시 많은 분들이 김 잠수사님과 저의 관계를 ‘톰과 제리’와 같다고 했다. 서로 잔소리하고 짜증내면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붙어 다녔었다”며 고인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박 의원은 “돌이켜보니 잠수사님은 제 당선이 절실했고, 아꼈고 제 당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절실함이 강했다”며 “그런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김 잠수사님이 힘든 상황이지만 나름 잘 지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힘듦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자발적으로 참석한 350여 명의 시민들은 자리를 가득 채웠다. 추모사를 듣고 있던 이해나(26)씨는 “잠수사님 사망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랐고 황망했다. 아이들을 구하러 간 잠수사님이 이렇게까지 된 상황이 안타깝고, 가시는 길에 추모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다”고 울먹였다.
1시간30분께 이어진 추모 행사가 끝나자, 추모객들은 고 김 잠수사의 영정사진 앞으로 다가가 헌화를 시작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추모객들에게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열심히 살아내겠다”라고 인사했다. 고인과 인연이 있었다던 송아무개(43)씨는 “지난해 5월께 처음 만났을 때도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었던 고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었다”며 “지난 17일 세월호 관련 행사에서 만났을 때도 쾌활한 모습이었는데, 평소에 안부라도 자주 묻을 걸 밝은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돼 더욱 미안하다”라고 슬픔을 삼켰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현장 1신]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가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43)씨의 빈소가 서울 은평구 서북시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김 잠수사의 아내와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가했던 민간 잠수사 등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던 민간 잠수사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방안을 강화해 개정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백 소장은 조문을 마친 뒤, 김 잠수사의 아버지를 만나 “원통하게 목숨을 빼앗겨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아드님이) 짧지만 소신껏 위대한 생애를 사셨고, 우리가 그 길을 빛내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이정미, 김종대, 윤소하 의원도 4시께 빈소를 방문했다. 심상정 대표는 가족들을 조문한 뒤 “민간인 잠수사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직접 바다에 잠수해 희생자들을 찾기 위해 가장 고생을 많이한 분들이다”라며 “민간 잠수사들을 위한 지원과 구제안이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박주민 의원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민간 잠수사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김종대, 이정미, 윤소하 의원이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오후 7시부터는 장례식장 앞에서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국가가 버린 김관홍 잠수사를 이제라도 우리가 함께 지켜내면 좋겠다”면서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했을 세 아이와 젊은 부인을 우리가 함께 지키는 것이 김관홍 잠수사님의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4.16가족협의회는 고인이 가시는 길은 물론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늘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사망 소식에 세월호 유가족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단원고 희생자인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17일, 페이스북에 “우리 (단원고 희생자)아이들을 가족 품에 안겨주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진실을 말해주고 힘써 주셨던, 매일 유가족들과 함께 했던 분”이라며 고인을 기억했다. 그는 이어 “유가족들과 참사(수습)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석태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애도의 메시지를 띄웠다. 특조위는 “김 잠수사님은 참사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원래의 잠수 일로 복귀하지 못하는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특조위 제1차 청문회에 나와 참사 당시 수색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증언해 주셨고, 민간 잠수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여러 잠수사들을 대표해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아픔과 고통은 사회 모두가 짊어져야 했으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최악의 조건에서도 언제나 당당했던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했다.
김 잠수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17일 밤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역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민안전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정 전 의원은 “(김관홍 잠수사가) 세월호 선체에 진입한 것은 해경이 아니고 민간 잠수사였고 시신 수습 활동도중 사고사를 당해 숨진 잠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공우영 잠수사를 지목해죄를 덮어씌우려 했던 국가의 몰염치를 고발했다”라고 언급한 뒤, “국가는 무엇이고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더욱 먹먹해 집니다. 김관홍 잠수사님, 정말 미안합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피디는 “담담하게 추도하는데 유족방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눈물 흘리고 말았다”면서 “마지막 순간에 왜 아이들 생각을 안했어요. 천국에 가도록 노력할 테니 관홍형 거기서 다시 봅시다”라고 추모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경기 고양시 벽제승화원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바보같이…말을 했어야지” 어머니 가슴치며 오열 ▶또다른 세월호 아픔…어느 민간잠수사의 죽음 ▶[영상] 숨진 잠수사 세월호 청문회 마무리 발언 ‘뭉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