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휴대폰 압수 뒤 “통신자유 침해” 진정
학교 쪽 “학생 인권 존중 방향으로 교칙 변경”
학교 쪽 “학생 인권 존중 방향으로 교칙 변경”
김명진(16·가명)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6월 학교에서 점심시간 때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벌점을 받고 담임 교사한테 휴대폰을 압수당했다. 김군이 다니는 인천 ㄱ중학교는 ‘지각, 휴대폰, 쓰레기’ 없는 학교를 표방하는 ‘3무(無)운동’을 벌이면서, 학생들의 휴대폰 교내 반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수학여행 같은 예외적인 때를 제외하면, 학생들은 교내에서 아예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다. 휴대폰을 갖고 있다 세차례 발각되면 학생과 학부모가 각서를 쓰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 휴대폰을 돌려받을 수 없다. 전교생 1100여명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전화는 학교 1층에 놓인 콜렉트콜 전화기 한 대뿐이다.
김군은 휴대폰 반입 자체를 금지한 학교의 규정이 부당하다고 여겼다. 그는 “부모님과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등 휴대폰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학교가 학생 등 구성원의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치지도 않고 (휴대폰 반입 금지) 규정을 만들어 통신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가 최근 김군의 진정을 받아들여 학교 쪽에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휴대폰 사용 제한을 완화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학교 쪽에선 “이 규정 덕분에 등하교 때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예방되고, 수업 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부정적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등교시 휴대폰을 거뒀다 하교 때 돌려주는 등 대안적 방법으로도 부적절한 휴대폰 사용을 막을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중학교는 인권위의 이런 권고를 받아들여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교칙 변경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모교의 이런 결정을 들은 김군은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과 교통안전 문제는 국가와 학교가 지도해야할 몫”이라며 “부당한 학칙으로 고통받는 후배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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