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명예훼손 혐의 5명 불구속
피해자 ‘대인기피증’ 사직서 제출
피해자 ‘대인기피증’ 사직서 제출
전남 신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ㄱ씨는 지난 6월 극우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전남 신안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라며 자신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정보가 공개돼 있던 것이다. 지난 6월 학부모 등 주민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교사와 한 학교에서 근무했던 ㄱ씨는 ‘일베에서 피해자 신상정보가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에게 이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일베를 방문한 차였다.
게시판에는 “여교사 이름까지 확인해봄” “겨우 두달 반도 안 되는 초단기계약직으로 온 교사”라는 설명과 함께 ㄱ씨의 이름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성폭행하려고 일부러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는 끔찍한 표현도 눈에 띄었다. 게시글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ㄱ씨와 가족들은 ‘네가 그 피해자가 맞냐’는 전화를 하루 5통씩 받아야했다.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ㄱ씨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정신과 상담도 받다가, 급기야는 학교에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ㄱ씨는 “지역명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실제 피해입은 선생님이 이런 상황에 처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눈에 그려지니 더 화가 나고 괴로웠다”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 6월 일베 회원들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타인의 개인 정보를 허위사실과 함께 인터넷에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아무개(3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성폭행 피해자가 기간제 교사라는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신안군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공고’ ‘학교 교직원 소개’를 검색해 ㄱ씨의 신상정보를 알아냈다. 이들은 ㄱ씨의 신상을 추적하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300~1800개에 이르는 ‘일베로’(게시글 추천)를 받았다. 피의자들은 경찰에 “성폭행 피의자를 욕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수사기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지난 6월 ㄱ씨의 신상정보를 캡쳐해 올려놓은 일간베스트 게시글.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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