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버려진 외로운 섬 소록도/ 어느 겨울날 금발의 수녀가 왔네/ 살이 썩고 뼈가 녹아 손발 없는 환자/ 맨손으로 보살피며 평생을 함께 했네/ 꽃다운 수녀 백발의 할매 되고/ 절망의 섬은 희망의 섬이 되었네/…”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40여년을 함께 한 오스트리아 두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82)와 마가렛 피사렉(81)의 헌신적인 삶을 노래한 곡이 지난 18일 영상으로 공개됐다. 노래를 바친 이는 초등생인 반딧불(11·전북 전주 만수초 5)군이다.
헌정곡 <소록도 할매 천사-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위한 노래>의 5분짜리 영상은 1부 ‘수녀님들의 삶과 노래’, 2부 ‘작곡 과정 및 헌정 장면’으로 이뤄졌다. 반군의 아버지 반덕진 우석대 교수가 시를 쓰고, 반군이 곡을 붙였다. 반군은 유치원에 다닐 적에 <소록도 큰 할매, 작은 할매>라는 동화책을 읽고 수녀들에게 편지를 쓴 게 인연이 돼 곡을 만들었다. 반군은 지난달 4일 소록도를 찾아 마리안느 수녀에게 악보와 악보패를 직접 증정했다. 마라안느 수녀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돌을 맞아 고흥군 초청으로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다가 6월 초 출국했다. 마가렛 수녀는 가벼운 치매 치료를 하기 위해 요양원에 있어 한국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음원이 준비되지 않아 노래를 듣지는 못했다. 지난달 16일 바리톤 오요환 전 전북대 겸임교수의 목소리로 녹음 작업을 마쳤고, 아버지 반 교수가 헌정곡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반군은 “수녀님들의 아름다운 삶이 노래의 날개를 타고 온 세상에 울려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증정용 시디를 만들어 일부를 오스트리아로 보냈고, 소록도성당에도 300장을 기증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8일 두 수녀에게 명예국민증을 수여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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