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사건으로 형을 잃은 장명기씨가 28일 오후 경기도 벽제 서울시립묘지의 유골 매장 추정지를 찾아 지난 3월 유족들이 일부 유골을 시험적으로 발굴했던 자리에 고인들의 넋을 기리며 술을 올리고 있다. 고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벽제시립묘지 등에서…국방부·유족 동의 “DNA 검사키로”
실미도사건 관련자들의 유해 발굴 작업이 사건 발생 35년 만에 이뤄진다.
28일 국방부와 실미도사건 유족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다음달 7일께 경기도 벽제 서울시립묘지의 유골 매장 추정지 발굴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과거사위는 유해가 발견되면 디엔에이(DNA) 검사 등을 통해 실미도사건 희생자들인지를 가리기로 했다.
과거사위는 1971년 8월 서울 대방동에서 다른 대원들이 수류탄 폭발로 숨지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가 군법회의를 거쳐 사형된 4명의 유골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오류동 공군부대 터 뒷산도 발굴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22일 실미도사건 유족들을 상대로 발굴 계획을 설명하고 발굴작업 동의서를 받았다.
71년 벽제 시립묘지에서 매장 작업을 했던 이동식(84)씨는 3월 “71년 여름께 관 20여개를 묻었는데, 나중에 관리소장이 ‘배 타고 인천으로 건너와 버스를 빼앗아 타고 서울로 쳐들어가다 죽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희생자 유족인 임홍빈(37)씨는 “3월 벽제 시립묘지에서 유족들이 시험적으로 발굴한 일부 유골을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30여년 전 숨진 20대 초반 남자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비닐과 끈으로 덮여 있던 유골 주변은 20여구를 매장했다는 목격자 증언과도 들어맞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형(당시 20살)을 잃은 장명기(52)씨는 “발굴 예정지에 형님이 계신 건지 마음이 급하다”며 “어서 확인이 이뤄져 장례를 치러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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