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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래라이프대 강행하면 이대는 끝” 설득에 총장 ‘백기’

등록 2016-08-03 17:37수정 2016-08-03 22:30

‘이화의 난’ 1주일만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전면 백지화
애초 학생들 중심 반대에서 1600명 경찰력 투입후 여론악화
졸업생은 물론 교수·학부모까지 반대 가세… 결국 철회 ‘유턴’

이화여자대학교가 3일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학교 쪽의 일방적인 단과대 설립 추진 철회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이날 낮 기자와 학생 앞에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철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학교 일이 이렇게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돼 당혹스럽고 죄송하다”며 “이대가 소외된 여성들을 두루 찾아내 여성인재로 양성한 곳인 만큼, (창학) 130주년을 맞이해 또 하나의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려다가 이번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최 총장은 이번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 과정에서 지적된 ‘불통’을 의식한 듯 “앞으로는 우리 학생과 교직원 선생님들과 더 많은 논의를 거쳐 정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최 총장의 발표는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긴급 교무회의에서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 재학생·졸업생은 물론 교수·학부모까지 반대…급격히 철회로 ‘유턴’ “최대한 의견을 듣겠다”면서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학교 쪽이 이처럼 급격히 철회 쪽으로 돌아선 것은 재학생들은 물론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은 물론 졸업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반대 뜻을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미래라이프대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본관 점거 농성은 애초 학내 커뮤니티 누리집 ‘이화이언’을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국내 최고 여대’라는 이대생들의 자부심 훼손을 거부하는 ‘이대 순혈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30일 1600명의 대규모 경찰병력이 학교에 투입된 뒤 교수와 졸업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학생들의 반대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교수협의회가 “졸속으로 추진되는 직업대학 학사과정 설립은 철회돼야 한다” 내용의 성명을 낸 데 이어, 인문대 교수 35명도 다음날 학생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졸업생들은 지난 2일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인데 이어, 3일엔 정문 앞에서 ‘총집결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대의 한 재학생은 “솔직히 ‘이대 학벌지키기’ 성격이 없지 않았지만, 학교 쪽이 경찰을 동원한 이후 (반대 여론이) 폭발한 것 같다. 이후 대학이 나아갈 바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 셈이 됐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단과대 설립 계획을 고수하려던 최총장은 2일 저녁 총동창회와 민주동우회 등 동문들을 잇따라 만나 의견을 청취한 뒤 그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배외숙 민주동우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최 총장은)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동문들이 ‘경찰력까지 투입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크다. 지금 상황에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면 이대는 끝이다’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몇몇 동문들은 사업 추진을 고수할 경우 ‘총장 사퇴’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최 총장은 이 만남 직후 곧장 긴급 교무회의를 소집했다. 3일 열린 긴급회의에는 각 대학장과 대학원장 등 40여명의 참석 대상자 전원이 참석했다. 학교 쪽 관계자는 “최 총장은 여전히 단과대 설립 취지가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전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회의 전) 철회 쪽으로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에서도 단과대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찜통더위에 본관 안에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대학기능 자체가 마비된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 단과대 설립 계획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한 달 만에 전격 추진된 졸속이 부른 참사 이대 쪽은 이날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밝히면서, 사실상 이번 단과대 추진이 졸속으로 추진됐음을 시인했다. 정원 문제로 아예 사업 참여 자체를 검토하지 않다가, 정원 규정이 완화된 (2차 추가 공모를 보고) 백지상태에서 부랴부랴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 5월11일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을 추가로 공모 발표 이후에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기획안 작성을 시작했다”며 “교육부가 6월10일까지 기획서를 내야한다고 재촉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박수진 기자 whorun@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4_이화여대 점거농성과 대학들 '쩐의 전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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