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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에어컨 빵빵 모텔서 수능공부” “차라리 회사서 피서”…시민들 고군분투

등록 2016-08-08 17:14수정 2016-08-09 22:35

'2주째 푹푹'무더위 피하기 백태
고3 학부모들 계 만들어 모텔 빌려
직장인들 주말 모임 장소로도 인기
숙박앱 이용 건수 60% 넘게 증가
덥기 전 일찍 출근 늦게 퇴근 늘어
단골 쉼터 영화관 관객 20%껑충
“더위 피해서 애들 공부할 만한 곳을 찾다 찾다 모텔을 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쾌적해서 좋네요.”

고3 딸을 둔 학부모 이문희(가명·52)씨는 몇 주 전부터 같은 학교 엄마들 5명과 함께 돈을 모아 아이들을 모텔에 보내 공부를 시키고 있다. 서울 낮 최고기온 35도, 폭염경보가 발효된 8일 저녁에도 이씨의 딸과 친구들은 모텔에서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놓고 100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공부에 매진했다. 2주째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고3 수험생부터 직장인까지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 ‘신흥 피서지’ 모텔…학생·젊은층에 인기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이씨는 “딸을 좀 시원한 곳에서 공부시키려고 했는데 카페는 공부하기에 시끄럽고 오래 머물자니 눈치가 보였다.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모텔이 좋다고 해서, 엄마 5명이 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 낮에 큰 방 하나를 빌려서, 여학생 5명이 자율학습을 하기도 하고, 대형 텔레비전으로 함께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모텔은 젊은층 사이에선 이미 인기있는 피서지 중 하나로 꼽힌다. 저렴한 가격에 도심 인근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한아무개(30)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의 모임을 아예 모텔에서 잡았다. “밖에서 보자니 너무 덥잖아요. 그냥 먹을 것 사들고 모텔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시원하게 놀았어요.” 모바일 숙박앱 서비스 업체인 ‘여기어때’는 “8월 첫 주 바로예약 서비스 이용 건수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60.2% 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기어때가 이달 7~8일 앱 이용자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2%가 “폭염을 피해 호텔·모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 직장인들 낮에는 회사, 밤에는 극장 시원한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없는 일부 직장인들에겐 회사가 차라리 ‘피서지’다. 직장인 최윤아(가명·30)씨는 “퇴근하고 나가봤자 너무 더우니까, 늦게까지 그냥 회사에 있을 때가 많다. 아침에도 더 더워지기 전에 출근하려다 보니 의도치 않게 모범사원이 됐다”며 웃었다. 박성호(가명·30)씨는 “회사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주니까 차라리 이렇게 더울 때는 회사에 있는 게 낫겠다 싶어서 휴가를 9월말로 미뤘다”고 말했다.

극장 등 공연장은 열대야를 피하고 싶은 이들의 단골 쉼터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극장 관객수는 2131만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증가했다”고 밝혔다.

■ 영유아 부모 “에어컨 전기료 각오·요리 안해” 어린 자녀 때문에 집을 떠나기 어려운 젊은 부모들은 전기료 폭탄을 각오하고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을 수밖에 없다. 15개월 된 남자아이를 키우는 육아휴직자 이아무개(35)씨는 “지금은 에어컨밖에 방법이 없다. 전기세 낼 생각 하고 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 있으면서 유모차 끌고 하루에 한두 번 밖에 나가는 게 낙이었는데, 지금은 폭염 때문에 그러지도 못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박아무개(29)씨는 “불을 켜야 하는 요리는 안 한다. 폭염이 시작된 후로는 거의 배달 음식을 먹고 있다”고 했다. 배달앱 서비스 ‘배달의민족’은 “이달 1~3일(월~수) 주문 건수가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18~20일(월~수) 대비 30% 정도 늘었다”며 “8월에 (배달 주문이) 증가하긴 하지만 30%는 이례적인 수치”라고 밝혔다.

허승 박수진 방준호 고한솔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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