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도중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농담을 한 순간, 웃고 있는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우병우 민정수석(왼쪽 둘째)만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6월30일 경기도 화성시 기흥컨트리클럽 안에 있는 ‘청원별장’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타났다. 그의 장인인 고 이상달 정강중기·건설 회장의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를 보도한 한 인터넷언론 소속 기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 수석이 해마다 이상달 회장 추모식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달 회장의 추모식이 열린 청원별장은 건축물대장에는 없는 무허가 건축물이다. 기흥컨트리클럽의 전직 직원들은 이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무렵 이 별장을 지어 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거나 가족 모임에 사용했다고 전했다. 기흥컨트리클럽의 노조 간부를 지낸 한 전직 직원은 “(청원별장은) 당시 별장으로 허가를 받아서 지은 건물이 아니었다. 당시 거실에 120인치 텔레비전이 설치돼 있을 정도로 호화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1991년부터 10년간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근무한 이아무개(69)씨도 “클럽하우스 아래 넓은 주차장 근처에 별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기흥컨트리클럽은 당시 이상달 회장이 대주주인 삼남개발과 재향경우회가 각각 지분을 50.5%와 49.5%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했지만 그렇다고 개인용 별장을 마음대로 지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또 건축물을 짓는다고 해도 관련 법에 따라 건축물 신고를 해야 한다. 원래 용도와는 다르게 지었다면 불법 형질변경에 해당한다. 이상달 회장은 이를 모두 무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주주가 법인 소유 땅에 개인용 별장을 지어 사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으로 처벌될 수 있다. 토지 불법 형질변경도 형사처벌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 수석도 청원별장의 존재와 법적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흥컨트리클럽의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우 수석은 이상달 회장이 살아 있을 때도 골프장 경영에 관여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전직 직원은 “이 회장의 첫째 사위가 골프장 경영을 돕고 있었지만, 당시 둘째 사위인 우 수석이 검사이다 보니 이 회장의 신임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눈여겨볼 것은 현재 삼남개발의 대주주인 지주회사 에스디엔제이(SDNJ) 홀딩스에 우 수석 처가의 네 자매 중 유일하게 그의 아내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에스디엔제이 홀딩스 지분은 우 수석의 장모인 김아무개씨와 네 자매가 각각 20%씩 갖고 있다. 에스디엔제이 홀딩스는 이 회장이 2008년 7월 숨지자 삼남개발 지분을 공동으로 상속받기 위해 한 달 뒤에 세워진 회사다. 한 회계사는 “의사결정은 등기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네 자매 중 우 수석 부인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결국 우 수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흥컨트리클럽 지분의 상속이 진행되던 2008년 7~8월은 우 수석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있으면서 골프장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던 무렵이었다. 골프장 수사를 진행하면서 골프장 경영진의 비리 유형을 잘 알고 있었을 때다.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대상에 올랐던 골프장 소유주와 경영진이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매우 강도 높게 진행됐었다. 사소한 비리도 철저하게 수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치적 보복 수사라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우 수석이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이 된 이후에도 청원별장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친인척 관리는 민정수석의 고유 업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골프장이 처가 재산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민정수석답지 않은 처신”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이재욱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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