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화여대 재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13일째 계속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대 정문에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등 서명자 명단이 붙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9일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총장 사퇴’요구를 거부했다. 학생들은 10일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개최하는 등 총장 사퇴 때까지 점거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최 총장은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최후통첩한 ‘총장 사퇴’ 시한(오후 3시)을 앞둔 이날 오전 “겸허한 자세로 학생들의 어떠한 대화 요청에도 성심껏 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글 형식의 공문을 농성 학생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학생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 단계에서는 총장 사퇴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게 학교 쪽의 설명이다.
농성 학생들은 이날 오후 3시가 되자 곧장 ‘최경희 총장의 사퇴요구 불응에 대한 입장 발표문’을 내어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본관 점거 시위를 유지할 것이며 대규모 총 시위를 8월10일에 진행할 것을 통보한다”고 반발했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이 철회됐지만, 학생들은 비민주적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과 이번 학생들의 점거 농성 과정에 1600명의 경찰병력을 끌어들인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최 총장 사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쪽과 학생들 간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이대 교수협의회는 오는 11일 오후 4시 비공개 교수토론회를 열어 중재 방안 마련을 모색하기로 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5명은 지난 8일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본관을 방문해 학내 분규 사태 발생 뒤 처음으로 현장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최 총장이 지난 5일 서대문경찰서를 찾아가 “교수와 교직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는 이대 학생을 처벌하지 말아 달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탄원서와 수사는 무관하다”며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쪽 관계자는 “이대와 피해자 쪽에서 학생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디스팩트 시즌3#14_이대 사태 낳은 교육부의 대통령발 졸속 행정]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