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10일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2차 시위’에 나섰다.
10일 오후 8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대 안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앞에는 최 총장 사퇴를 주장하는 1만여명의 재학생과 졸업생(경찰추산 3500명)이 다시 모였다. 이들은 “경찰 1600명을 부르신 총장님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을까요? - 순수한 이화여대생”, “사퇴가 사과다”, “이화의 총장님이 여태껏 이런 적은 없었다”라고 적힌 손팻말로 얼굴을 가린 채 시위에 참가했다. 이날 시위에선 퇴근 뒤 모교를 찾은 졸업생과 유모차를 끌고 찾아온 졸업생들은 물론, 부모님과 딸이 함께 시위에 참여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대생들은 이날 시위에 ‘0730 그날의 기억’이란 이름을 붙였다. ‘0730’은 교내에 경찰병력 1600여명이 투입돼 농성 중인 학생들을 끌어냈던 날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시위의 의의를 밝히는 낭독문’을 읽으며, 학내에 대규모 경찰 병력을 끌어들이고 그동안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최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낭독문을 읽은 학생들은 “해방이화, 총장사퇴”, “최경희 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1600명의 경찰 병력이 웬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내를 행진했다. 본관 인근에 도착한 학생들은 농성 중인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교내 행진을 마친 학생들은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계단을 빼곡히 채우고 앉아, 경찰 병력이 교내에 들어와 학생들을 끌어냈던 당시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당시에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을 호소하는 등 발언을 이어나갔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2차 시위에도 불구하고 학교 쪽에선 ‘총장 사퇴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 총장은 이날 졸업생 등 동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교가 하루 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경찰의 학내 진입과 관련해 “총장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언론 보도와는 달리 학생 ‘진압’ 목적이 아니라 본관 소회의실에 2박3일 동안 갇혀 있던 교직원을 ‘구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