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 변경
‘이란 등 7개국 방문자 허가 반려’
입국 신청자들 뒤늦게 낭패
“외교부가 미리 공지했어야”
‘이란 등 7개국 방문자 허가 반려’
입국 신청자들 뒤늦게 낭패
“외교부가 미리 공지했어야”
30대 직장인 김아름(가명)씨는 지난 6월 회사일로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무비자 입국’을 신청했다가 입국 불허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업무차 이란에 다녀온 게 화근이었다. 올해부터 미국이 ‘2011년 3월 이후 이란·이라크·수단·시리아 등 중동 7개국을 방문한 사람’에겐 전자여행허가를 반려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방문 비자를 받으려면 한 달여가 걸리는데, 출장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김씨는 비자발급 대행업체를 통해 방법을 찾다가 ‘신속인터뷰 제도’를 통해 출국 예정일 이틀 전에야 간신히 비자를 발급받았다. 전자여행허가제 신청 비용(14달러)에 더해 대행업체 상담비용 50만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김씨는 “제도가 바뀐 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괜히 돈만 더 날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올해부터 테러 위험 등을 이유로 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한 자국 입국 요건을 강화했지만,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김씨처럼 곤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비자발급 대행업체 관계자는 “휴가철이어서 미국 방문객들이 많은데 제도가 바뀌었는지 몰라 급하게 비자 발급을 문의하는 상담 전화가 많이 온다”며 “특히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뒤 불편을 호소하는 무역업체 관계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여행을 가려다 입국 허가가 보류된 직장인 이선정(가명·39)씨는 “입국 절차가 깐깐해진 뒤 처음 맞는 여름 휴가철인 만큼 정부에서 규정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공지 해줬으면 좋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미국과 비자 면제협정을 맺은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 승인을 얻어 최대 90일 동안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전자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미국 입국을 신청할 수 있다. 빠르면 1~2시간, 늦어도 72시간 이내엔 입국 허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대사관 인터뷰 등 절차가 복잡하고 한달 가량이나 시간이 소요되는 비자 발급보다 제도 이용률이 높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비자 정책이기 때문에 외교부 차원에서 제도 변경을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며 “사정이 급한 경우 신속인터뷰제를 통해 비자를 빨리 발급받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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