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성폭행 사건) 피해자라고 합니다.”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아무개(36)씨는 지난 6월 장문의 메세지와 사진을 회사 동료 직원들이 모여있는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연예인 박유천씨와 관련된 성폭행 사건 경위를 시간별로 설명한 ‘찌라시’였다. 이씨는 ‘(성폭행) 피해자라고 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을 이 메시지에 덧붙였다. 박씨가 만든 이 찌라시는 “박유천의 그녀”라는 제목을 달고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달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허위 사실과 함께 인터넷에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6월 이씨와 회사 동기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방에 ‘박씨가 성폭행 사건으로 고소당했다’는 인터넷 기사가 공유됐고, 하루 뒤 식사를 하고 있는 ㄱ(26)씨의 사진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여성이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한 이씨는 지난 6월14일 ㄱ씨의 사진을 이전에 자신이 전달받았던 ‘박유천 성폭행 사건 관련 찌라시’에 덧붙여 다른 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렸다.
박씨가 유포한 찌라시가 카카오톡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ㄱ씨는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려야 했다. ㄱ씨는 물론 가족들까지 지인들로부터 ‘ㄱ씨가 진짜 성폭행 피해자냐’는 전화를 받았다. 생업이었던 헬스트레이너 일도 그만뒀다. 참다못한 ㄱ씨는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를 추적해 처벌해달라”며 동대문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도 ㄱ씨의 사진이 포함된 찌라시를 토대로 작성된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피해에 입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별다른 생각 없이 (찌라시를 만들어) 유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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