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내역·통장 사본 내야 하고
‘부대숙소 밤 10시전 복귀’ 강제
‘군인복무기본법’ 시행되고 있지만
일선 부대에선 기본권 제한 여전
‘부대숙소 밤 10시전 복귀’ 강제
‘군인복무기본법’ 시행되고 있지만
일선 부대에선 기본권 제한 여전
육군 65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부 ㄱ씨는 지난 2월 자신의 통장 사본 전체와 카드사용 내역을 부대에 제출했다. ‘불미스러운 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간부의 개인 통장 사본을 검사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ㄱ씨는 “내 돈을 어디에 쓰느냐는 스스로 알아서 할 문제인데 상급자가 일일이 살펴보고 판단한다는 생각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ㄱ씨가 겪은 ‘통장 검열’ 사례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군인복무기본법(제13조)에 어긋나는 것이다.
군인의 기본권과 복무 의무를 최초로 규정한 ‘군인복무기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선 여전히 군인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군 17사단은 군대 내 독신자 숙소에 거주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평일, 주말에 상관없이 밤 10시 전에 복귀하라’는 권고를 내리고 있다. 특수전사령부(특전사)도 부대 내 독신자 숙소에 거주하는 간부들에게 평일 밤 11시까지 복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은 긴급 상황이 아닌 경우 영내 거주 의무가 없는 군인을 근무시간 외에 영내 대기를 못하게 하지만,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장려한다”는 이유로 귀가 시간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17사단 독신자 숙소에 거주하는 ㄴ씨는 “주말밤 늦은 약속으로 부대복귀가 어렵다고 상사에 보고했더니 ‘차로 데리러가겠다’는 상급자의 전화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간사는 “귀영했다고 셀카를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게 하거나 전화 보고를 하게 하는 부대도 있다”고 전했다. 귀가 시간 권고가 사실상 권고가 아닌 규정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관사에 살거나 따로 집을 구해사는 간부들은 귀영시간 통제에서 자유롭다. 육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전사는 비상시 즉각 투입하는 부대인만큼,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귀영 시간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17사단은 귀영시간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육군 53사단의 경우, 지난 7월 독신자숙소에 살고 있는 군 간부를 대상으로 ‘독신숙소 관리 경연대회’를 여는 등 독신자 숙소의 청결 상태까지 점검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병사들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간부들의 기본권이 보장돼야 병사들의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며 “군 수뇌부가 군인은 헌법상 기본권을 향유해야 한다는 군인복무기본법의 입법 취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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