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22일 오전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서쪽 출입문 앞쪽에 천막을 치고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장소'를 마련해 학교와 관련된 질문, 의견, 제안을 받기 위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찰이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3명에게 ‘감금’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내 농성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과의 ‘대화 천막’을 마련했지만 학생들은 침묵시위로 맞대응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와 총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26일째 학내 본관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재학생 2명과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감금됐던) 피해자 진술과 영상 등 지금까지 수사한 것을 종합해서 3명이 주도를 했다고 추정돼 소환 통보를 한 것”이라며 “실제 주모자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지난달 27~30일) 본관 안에 있던 교수 등이 112에 23차례나 신고를 했고, 화장실에 갈 때도 농성 학생들이 따라다니는 등 실제로 감금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총장과 감금됐던 교직원 등이 지난 5일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감금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도 “학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를 중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농성 중인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우리는 누군가의 주도로 결집된 것이 아니라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이화인들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모인 것인 만큼 경찰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주모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 총장과 주요 교무 위원들은 이날부터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장소’를 무기한 운영하기로 했다. 최 총장은 오전 9시부터 낮 1시까지 본관 서문 입구 쪽에 설치된 천막에서 학생들을 기다렸다. 낮 1시 이후에는 송덕수 부총장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천막 인근에는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학생들이 30분 간격으로 항의성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면대면 대화 강요함은 대화 아닌 폭력입니다’ ‘형식적인 답변 아닌 진실 해명을 요구합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대면 대화가 어려워 (최 총장에게) 서면 대화를 부탁했지만 또다시 일방적으로 대면 대화를 주최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화여대 쪽은 “학생들과의 대화가 이뤄질 때까지 최 총장이 매일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24일 재학생과의 대화 행사인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화의 난’ 초반에 중재에 나섰던 이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3일 오후 비공개 교수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김혜숙 교수협의회 공동회장(비대위 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 총장의 리더십이나 행정력으로는 이화여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교수협의회에서도 오랜 고민 끝에 총장 사퇴를 주장하게 된 것”이라며 “최 총장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서면 대화가 아니라 대면 대화를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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