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8월 초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벌이고 있는 이른바, ’한국판 블랫 닷 캠페인’ 사진.
지난해 9월, 영국에서는 ‘손바닥에 그려진 검은 점’에 주목하자는 메시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손바닥에 그려진 검은 점은 폭력의 피해를 겪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소리 없는 구조요청 신호다. 폭력을 겪으면서도 말 못할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돕자는 취지의 이 ‘블랙닷캠페인’ 메시지는 일주일 만에 500만명에게 전파됐고, 실제로 49명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같은 캠페인을 벌인 미국에서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한 임신부가 남편이 자리를 비운 틈에 자신의 손바닥에 검은 점과 함께 ‘도와주세요’(Help me)라는 문구를 적어 의료진에게 내보였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이 임신부는 구조요청 신호를 읽어낸 의료진 덕분에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영국과 미국의 이 사례를 본딴 ‘한국판 블랙닷캠페인’이 시작됐다. 노인복지 시설 안팎에서 말 못 할 폭력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한국노인복지중앙회(이하 중앙회)가 깃발을 든 것이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1만1905건에 달하고, 특히 요양시설 등에서의 노인 폭행이나 정서적 학대가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경각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광석 중앙회 회장은 지난 9일 검은 점을 찍은 자신의 손바닥 사진과 함께“누군가는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순간 더 큰 위협을 받거나 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손바닥에 점을 찍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경찰에 신고해주는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 캠페인 알리기를 이어갈 지인들을 지목한 이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블랙닷캠페인’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작은 점 하나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손바닥의 점이 학대 없는 우리 사회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며 캠페인에 공감하는 메시지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폭력으로 위협 받는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캠페인이 되길 기원한다”며 캠페인 홍보에 가세했다. 중앙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캠페인 확산 운동을 벌이는 한편,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 여성 용품 관련 기업 등에도 캠페인을 제안할 계획이다. 중앙회는 10월2일 ‘노인의 날’부터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해 어린이와 장애인·여성 등 폭력에 노출되는 약자를 위한 ‘희망의 점’을 찍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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