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호소문’까지 내면서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은, 그동안 쏟아낸 각종 저출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탓이다. 1970년 가임기(15~49살) 여성 한 명당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70~80년대를 거치면서 가파르게 추락해오다가 2005년에 1.08명으로 바닥을 쳤다. 이후 출산율이 더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10년 동안 거의 반등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도 1.24명에 그쳤다. 출생아 수로 보면 1970년 100만명에서 지난해 43만8천명으로 뚝 떨어졌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내년부터 15~64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65살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전체 인구의 13.1%였지만, 2060년에는 4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4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이에 못 미치면 ‘저출산 사회’, 1.3명 미만은 ‘초저출산 사회’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3년에 저출산 사회에 진입했지만, 본격적인 저출산 대책에 시동이 걸린 건 2005년이다. 이후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5년 단위로 내놓고 있지만 아이를 낳을 젊은 부부의 정책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정부의 3차 기본계획(2016~2020년) 시행 첫해인 올해 들어서는 출생아 수 급락세가 더 두드러진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출생아 수는 21만5200명으로, 한해 전(22만8100명)보다 1만2900명이나 줄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 보완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출생아 수뿐 아니라 저출산 관련 주요 지표는 대부분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5월 혼인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9천건이 더 줄었다. 청년실업률(올해 6월 기준 10.3%)이 해마다 높아지는 등 청년고용 사정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출산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인 25~39살 여성의 수도 2005년 625만명에서 지난해 526만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3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2020년 합계출산율 목표는 1.5명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출생아 수를 44만5천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해마다 8천명씩 출생아 수를 늘려, 출산율 1.5명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체감도가 낮은 저출산 대책으로는 출생아 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만명 선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보연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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