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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대가 순응적·가부장적 ‘사람’ 만든다

등록 2005-10-31 19:20수정 2005-11-01 14:48

“질서 깨는건 손해” “여자가 어디서…” 병영과 한국남자 심리학 보고서
“질서 깨는건 손해” “여자가 어디서…” 병영과 한국남자 심리학 보고서
[탐사기획] 병영과 한국남자 심리학보고서 1. 나는 이렇게 바뀌었다
8명의 젋은 목숨을 앗아간 6월의 연천초소(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전근대적인 병영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최근 야간 점호 폐지 등 몇 가지 개선안을 내놨다. 그러나 “까라면 까!”로 표현되는 낡은 병영문화는 여전히 똬리를 틀고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한겨레>가 임상심리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4회에 걸쳐 한국 병영문화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질서 깨는 건 손해”

“여자가 어디서…”

예비역이 미필보다 보수적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이 있다. 과연 군대는 우리나라 젊은 남자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실제 조사를 해 보니 군대는 이들을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임상심리학연구소 ‘더 트리그룹 리서치클리닉’(대표 조용범)과 함께 군대 경험이 심리·사회적 영역에서 한국 남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하고자 최근 두 달 동안 20대 남성 24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심리검사를 벌였다. 이런 경험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한 조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이번 조사 중 현실 순응성을 재는 척도에서 행정병 출신은 4.12점, 비행정병 출신은 4.09점으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들의 3.55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유의수준 0.017, 0.021) 척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7점)까지 구성했고, 유의수준이 0.05보다 낮으면 사회과학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것으로 본다.

현실 순응성 척도는 조직의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해진 질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도가 더할수록 점수가 높게 나오도록 설계했다.

또 국가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중심적 가치관을 측정하는 척도에서도 비행정병 출신 집단(4.69점)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집단(4.22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유의수준 0.047)

성별 구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는 척도는 남성과 여성의 구실을 구분하는 가부장적 사고를 측정했다. 이 척도에서는 비행정병 출신(4.12)이 행정병 출신(3.58)보다 훨씬 더 가부장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의수준 0.03) 특히 ‘여자는 결혼할 때 처녀여야 한다’, ‘아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을 반박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질문에 대해 비행정병 집단이 높게 반응했다. 성매매가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비행정병 집단(3.60)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집단(2.72)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유의수준 0.05)

그러나 여성의 개방적 성문화에 대해서는 군대에서 복무하지 않은 집단이 더 보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집단은 2.85점, 행정병 집단은 2.15점을 기록했다.(유의수준 0.003) 이는 군대를 다녀온 집단이 상대적으로 성경험이 많기 때문에 여성의 성문화에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더 트리그룹의 조용범 박사는 “‘군대 가서 철든다’는 말이 사실은 군대가 현실 순응적이고 가부장적인 인간을 만든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보수성은 오로지 자신이 편하기 위해 선택한 이기적 성향이기 때문에 부조리한 명령이나 질서에도 무비판적으로 순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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