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성노조 때문에 기타 제조업체 콜트악기가 망가졌다”는 1년 전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한 뒤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가운데)을 발언대로 안내하고 있다. 제일 왼쪽은 이인근 콜텍 노조 지회장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잘못된 사실을 발언함으로 인해서,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콜트콜텍)노동자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 사과합니다”
26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콜트콜텍 노동자에게 ‘공식사과’했다. 지난해 9월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콜트콜텍같은 회사는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발언한지 1년 만이다. 사과를 마친 김의원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인근 콜텍 노조 지회장의 표정은 쉽게 밝아지지 않았다. “기분이 착잡하네요. 이 짧은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 327일이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날 김의원의 사과는 지난달 15일 법원이 콜트콜텍노동자들이 당대표 시절 김의원의 발언을 두고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공개장소에서 유감(사과)을 표명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사과와 함께 “콜트콜텍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김 의원의 가슴엔 기자회견 직전 노동자들이 달아준 ‘NO Cort’라는 글자가 적힌 뱃지가 보였다. ‘한국에서 공장을 폐쇄한 뒤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콜트기타를 불매하자’는 의미가 담긴 뱃지다.
김의원 발언 다음날인 지난해 9월4일부터 방종운 콜트악기 노조 지회장은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를 벌였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새누리당사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단식했다. 방 지회장은 “우리가 일할 공간을 우리가 문닫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이 아닌데다 10년째 싸워 온 우리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말이었다”고 말했다.
45일을 버틴 방 지회장이 병원에 실려가자 이 지회장이 뒤를 이어 13일을 단식했다. 새누리당사 앞 농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몇 발자국 앞에 곡기를 끊고 사과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구하나 쳐다봐주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이럴수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 이 지회장이 말했다.
2007년부터 싸움을 이어 온 콜트콜텍은 어느덧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이 됐다. 1987년부터 있었던 콜트악기 노동조합에 이어 2006년 자회사로 설립된 콜텍에도 노조가 생기자 2007년 회사 쪽은 “국내생산을 중단 하겠다”며 콜트, 콜텍 공장을 순차적으로 폐쇄했다. 직원 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위장폐업이었다. 우리가 있는 동안 콜트악기는 세계 기타의 30%를 생산하고 현금흐름도, 신용평가도 우수한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이 지회장은 다시 복직을 위한 싸움에 나설 채비를 했다. 이날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싸움은 3495일째를 맞았다. 새누리당 차원의 사과를 받고,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새누리당사 앞 농성장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기자회견 영상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