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찰은 서울 홍제동 보안수사대 건물 현관에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이라는 간판을 새로 달았다.
조용한 주택가 한 켠에 은밀하게 자리잡고 있던 경찰 보안수사대(보안분실) 11곳이 제 이름을 밝히는 간판을 달았다.
경찰청은 “지난 1일, 전국 11곳의 보안분실 건물에 경찰 건물임을 알리는 간판을 달았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이 간판을 달았다고 밝힌 11곳은 경찰청 본청과 인천, 광주, 충남, 경기남부, 경기북부, 경남(2곳), 강원(3곳) 지방경찰청에 소속된 보안수사대들이다. 예컨대, 서울 홍제동 보안분실의 경우, 건물 현관에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이라는 간판이 새로 달렸다. 보안수사대란 이름을 직접 사용하진 않고 경찰 관련 기관이라는 최소한의 표시를 하는 방식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주로 수사하면서 한 때 불법감금과 고문 등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대공분실’로 알려졌던 보안수사대는 최근까지도 경찰 관서임을 나타내는 아무런 표시 없이 학교나 주택가 등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 보안수사대는 그동안 온라인 지도상에도 ‘흑성산업’ ‘영동물산’ ‘부국상사’ 등 유령회사의 이름으로 등록·검색돼왔다. 경찰은 이에 대해 그동안은 “이름이 다르게 표기돼왔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 했고, 굳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유령회사 이름을 사용한 바도 없다”고 해명해왔다.
보안수사대가 공개적으로 제 이름을 드러낸 것은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뒤이은 국회의 개선 요구 등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보안분실의 위치가 공개되지 않고 있고 구조가 밀폐돼 있어 외부와 단절된 느낌을 준다. 특히 과거 고문행위가 자행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보안분실에서 조사받는 것만으로도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는 면이 있다”며 “외부 간판 및 면회신청 절차 안내문을 부착해 일반인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자체가 오래돼 리모델링 가능성이 높은 서울 지역보다 일단 간판을 달고 오래 쓸 수 있는 지역부터 간판을 달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전체 보안수사대에 경찰 간판을 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모든 보안분실의 위치를 공식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짜깁기한 위치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을 법적 권한은 없지만, 위치 정보가 공표될 경우 테러의 대상이 되거나 보안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어 각 보안분실의 위치나 갯수를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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