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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대사관 앞 100m 이내 집회 허용’ 법원 결정 무시하는 미 대사관

등록 2016-09-02 05:01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종로서에 “우려” 표명
“인접 집회·시위 전부 금지” 요구 공문
“주재국 사법부 판결 무시” 비판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지난 7월5일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에게 사실상 대사관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보낸 공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주한미국대사관이 지난 7월5일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에게 사실상 대사관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보낸 공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주한미국대사관이 ‘집회가 대규모로 확산될 우려가 없다면 대사관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다’고 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관할 경찰서에 사실상 ‘대사관 앞 집회를 통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한겨레>에 공개한 공문을 보면, 미 대사관은 키스 번 주한 미 대사관 보안국장의 이름으로 지난 7월5일 종로경찰서 서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 대사관은 ’대사관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다’고 한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해 우려(concern)하고 있다”며 “경찰 당국이 (미 대사관의) 안전 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대사관 시설과 직원에 대한 안전·보안을 보장하기 위한 신중한 조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번 국장은 특히 “미 대사관은 평화시위라도 언제든 폭력시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미 대사관 입구 바로 앞이나 인접 거리에서 반미감정을 표출하는 집회·시위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대사관 인접 거리에 있을 경우, 대사관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출퇴근하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미 대사관이 이런 공문을 발송한 뒤 종로서는 지난 7, 8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신고한 집회를 잇따라 금지했다. 종로서 관계자는 “공문은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참고사항의 하나일 뿐”이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이전처럼 대사관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낸 만큼, 최종 판결 때까진 현행 방침을 유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화적인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려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한 외국기관은 주재국의 국내법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공문 형식의 서한은 그 자체로 내정간섭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로서가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사법부 권위를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대로 하겠다면서 법을 무시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지난 6월 평통사가 “미국대사관 인근 집회 금지 조처를 취소해달라”며 종로서 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규모 집회, 시위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외교기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개최해도 된다’는 집시법 예외조항을 들어 경찰의 조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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