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의원, 민중총궐기 살수차 보고서 입수
10개 보고서 여러 문구 일치…사용일시도 베낀 흔적
농민 피해는 언급 않고 경찰에 유리한 부분만 작성
10개 보고서 여러 문구 일치…사용일시도 베낀 흔적
농민 피해는 언급 않고 경찰에 유리한 부분만 작성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쓰인 10대의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가 사후에 짜맞추기식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를 보면, 여러 건의 보고서 문구가 정형화된 형태로 일치하고 경찰의 부상은 자세히 기술하면서도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선 전혀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개별적으로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아니라 경찰이 사후 검증에 대비해 일괄적 지침에 따라 작성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로를 이탈하여~ 수회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불법 시위하며 해산하지 않은 상황” “자진해산경고와 살수경고 방송을 하였으나 해산하지 않고~”등 여러 건의 보고서 문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엔 ‘특이사항’으로 인적 물적 피해상황을 기록하는데, 백남기 농민 부상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경찰의 부상, 크레인 파손 같은 경찰 피해만 선택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살수 11호차의 보고서에 언급된 경찰 중상자에 대해서는 14일 당일 작성한 문건임에도 피해상황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는데, 정작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 살수했던 충남살수9호차의 15일 작성 보고서에는 집회양상과 살수차 사용 이유에 대해선 어느 보고서보다 자세하게 언급하면서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피해상황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시간상 모순된 기록도 있다. 충남살수9호차 보고서는 경고방송 시간 및 횟수가 ‘2015년 11월 14일 16:30~20:30경 5회 이상’으로 기록돼 있는데, 살수차 사용일시와 장소는 ‘2015년 11월 14일 18:50경부터 19:30경까지 서린교차로 앞 노상’이라고 적혀 있다. 김정우 의원은 “당시 서린교차로에 출동했던 다른 살수차의 경고방송 시간 및 회수를 그대로 베껴오면서 생긴 착오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보고서 10건 가운데 7건은 14일 당일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14일 당일 밤 11시를 넘겨 작전을 수행한 차량의 운용자가 어디로 복귀해 컴퓨터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빙성 의혹이 나왔다.
김 의원은 “경찰이 2009년 스스로 무전녹취 기록 시스템을 없애면서 국민의 신체의 안전과 관련된 법집행을 자의적 판단으로 가능하게 했다”며 “경찰이 이번 사태에 대하여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고 차후 책임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고한솔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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