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2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 수사의 정점에 있는 신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6월10일 1차 압수수색에서 24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롯데쇼핑은 물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1967년 창립이래 롯데그룹이 검찰 타깃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수사 초기 “롯데 비자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검찰 의지와 달리 비자금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인원 부회장이 지난 달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는 차질을 빚어왔다. 검찰은 결국 수사가 시작된 지 100여일 만인 지난 20일 신 회장을 소환조사했고, 6일 간의 장고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250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500억원대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신 회장은 최근 10년간 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및 신격호 총괄회장(94)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불구속 기소)씨 등을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500억원대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5∼2013년 서씨와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 롯데시네마 내 매점의 독점 운영권을 줘 770억원대 수익을 챙겨주고, 2009∼2010년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과도하게 동원해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560억원대 탈세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신 이사장은 70억원대 횡령·뒷돈 수수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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