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욱 캠프 금품 살포 진술’ 확보하고도…
상부의 ‘봐주기 지시’ 폭로 경위에 일선 경찰들 격려
“원칙대로 공무 집행에 ‘보복인사’ 하는 일 없어야”
상부의 ‘봐주기 지시’ 폭로 경위에 일선 경찰들 격려
“원칙대로 공무 집행에 ‘보복인사’ 하는 일 없어야”
“(경찰) 상부 지시명령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
지난 20대 총선 예비후보 경선 때 지상욱 새누리당 후보(서울 중구·성동, 현 대변인) 지지를 요청하며 금품을 뿌린 당원들이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한 경찰 간부의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경찰인권센터와 일부 경찰들은 “(윗선의) 외압은 없었는지 철저히 수사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과 소속 차아무개 경위는, 지난 3월 초 지상욱 후보 캠프 쪽 당원들이 다른 당원들에게 현금과 목도리 등 금품을 살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검찰에 선거범죄 수사개시 통보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경찰 조직은 계급사회이고, 상부의 지시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사개시 통보를)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권 의원이 수사를 지휘한 상관을 문자 “직속상관은 (남대문서 수사과) 팀장과 과장, 서울청 수사2계, 서울청 수사과장”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상부 지시로 지상욱 의원 선거법 수사 제때 못해”…담당 경찰 폭로)
다음 날인 15일,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차아무개 경찰관에게 외압을 행사하도록 한 책임자는 누구일까? 경찰 조직의 생리상 경찰서 팀장, 과장, 지방청 계장과 과장이 국회의원 선거부정 사범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사범 수사 외압은 국기 문란 행위이다. 경찰청은 성역을 두지 말고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하며, 실무 팀장과 관리자들은 물론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 등 경찰수뇌부의 개입 여부 또한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욱 캠프 수사 봐주기 윗선 외압’을 폭로한 차 경위는 2000년에도 남대문경찰서 형사과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린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등 원칙대로 공무 집행을 했다가 ‘보복 인사’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 소장은 “(당시 기자가) 온갖 욕설과 함께 노트북과 우산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고, 피의자의 진술을 녹취하던 녹음기를 부숴 버리는 난동에도 유력 방송사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경찰관) 모두가 머뭇거렸다”며 “이때 기자에게 수갑을 채웠던 게 차아무개 경찰관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직무수행이었지만 법과 원칙을 지킨 데 대한 대가는 타부서로의 보복적 인사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장 소장은 “2000년 7월1일, 법과 원칙을 지키고, 경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냈던 차아무개 경찰관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정의를 위해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경찰수뇌부와 경찰 조직의 잘못된 직무행태를 공개한 차아무개 경찰관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인권센터 소속 경찰관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력 인사가 사건에 개입되면 내 신상에 어떤 불이익이 떨어질지 몰라 허둥지둥하는 경찰 조직의 모습이 씁쓸하다. 차 경위를 응원하겠습니다”, “차 경위 같은 경찰들이 많아지고 수사 외압과 조직 내 부당함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현재 경찰 조직에 만연되어있는 과거 회귀현상은 그만큼 줄어들 듯합니다”, “정의는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시네요.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