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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또 탈주극…나사풀린 교도행정

등록 2005-11-02 19:46수정 2005-11-02 19:46

수감 대기 중이던 살인범이 교도관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검찰청 구치감에서 달아나는 일이 발생해 재소자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 해 4월 7일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달아난 탈주범 이낙성(41)씨는 6개월이 넘도록 소재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어 `제2의 신창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상습강간 등 흉악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재소자가 교도소 안에서 직업 훈련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까지 시도한 사실이 확인돼 교도소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수갑 찬 채 검찰청사에서 도주 = 항공사 여승무원을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민병일(37)씨는 2일 오후 3시께 수원지검 성남지청 3층 구치감 앞 복도에서 교도관 3명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이날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은 민씨는 교도관들이 구치감에 넣으려고 포승줄을 풀어주자 교도관들을 밀치고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뒤 주차장 담까지 넘어 성남세무서 방향으로 달아났다.

도주 당시 민씨는 수갑을 2개 차고 있었지만, 교도관들은 민씨를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도주하면서 갈색 수형자복을 벗고 파란색 운동복을 훔쳐 입는 여유까지 보였다.

올 7월에는 전주교도소에서 운동 중이던 재소자가 감시 소홀을 틈타 직원 행세를 하며 교도소 정문을 통과해 탈출한 뒤 택시를 타고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탈주범은 탈출 과정에서 교도소 직원으로부터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교도소에서는 재작년 4월 중순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30대 재소자가 대회장 인근 자동차 면허시험장에서 차량을 훔쳐 타고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 중이었던 하모(32)씨는 경기 도중 작업장 담을 넘어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용 1t 화물차를 몰고 도주했다가 하루 뒤 3~4km 떨어져 있는 주택가 창고에서 붙잡혔다.

◇교도행정 불신, 시민 불안 고조= 최근 탈수 사건을 일으킨 재소자들은 대부분 흉악 범죄를 저지른 뒤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강력범죄를 다시 저지를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행방이 묘연한 이낙성씨의 경우 1986년 절도 혐의로 처음 체포됐고, 1988년 강도상해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출소 후 2001년 다시 강도 혐의로 붙잡혀 복역 중이었다.

전주교도소 복역 중 택시를 타고 달아난 재소자도 작년 8월 대전의 한 대학에서 20대 여대생의 차를 일부러 부순 뒤 수리해주겠다고 피해자를 유인, 감금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강도, 살인 전력이 있는 재소자들이 탈주 상태에서 도피자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제2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청 구치감에서 달아난 민씨를 긴급 수배하는 한편 검거가 늦어질 경우 현상금을 걸어 시민들의 신고를 유도할 방침이다.

◇열악한 교정 환경 재정비 시급 =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 시설 환경이 수형자들은 물론 교정 공무원들에게도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교정 당국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예산 확보부터 쉽지 않다. 올해 소년원생 1명에게 지급되는 급식 단가는 하루 평균 2천600원으로 일반 중ㆍ고등학교 한끼 급식비 2천500원 수준이다.

성인 수형자 1인당 1년 의료비는 14만8천 원 수준으로 일반 국민과 비교할 때 절반도 채 안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달 29일에는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남자가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교도소 내 수용 중인 재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한해 평균 8~9건씩 일어나고 있다.

법무부는 행형법을 대폭 개정해 내년부터 수형자 건강검진 강화, 치료목적 가석방제 도입, 징벌제도 개선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야하는 수형자들의 박탈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씨는 우발적으로 달아난 게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빨리 검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재발 방지 대책도 다시 검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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