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회장 선거 나선 학생
상대후보 비판 기사에 ‘좋아요’ 눌러
‘선거규정’ 위반으로 후보자격 박탈
학교선 근신처분, 법원도 “징계 정당”
학생쪽 “학교가 자치활동 과도 개입”
상대후보 비판 기사에 ‘좋아요’ 눌러
‘선거규정’ 위반으로 후보자격 박탈
학교선 근신처분, 법원도 “징계 정당”
학생쪽 “학교가 자치활동 과도 개입”
서울 ㅈ대학 동아리연합회 회장단 선거에 나선 한아무개(22)씨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실린 학내 언론의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봉변을 당했다. 한씨가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글에 ‘좋아요’를 눌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경고를 준 것이다. 사흘 뒤 한씨의 선거운동원이 이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자 선관위는 한씨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선관위는 경고 처분을 두차례 받으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선거 당일 한씨는 피켓 시위와 공개질의 등을 벌였다. 피켓에는 “왜 하필 경고여야만 했나. 징계 수위는 시정명령, 주의, 경고 순”,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지지를 부탁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피선거권 상실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학교가 나섰다. 학교 학생상벌위원회는 한씨가 시위 등을 벌여 “고의적으로 선거를 방해했다”며 봉사명령 100시간 처분을 내렸다. 한씨가 이를 따르지 않자, 2주 근신이라는 징계처분이 돌아왔다. 한씨는 근신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학교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는 최근 “한씨가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대방에 비판적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행위가 SNS 선거운동에 해당하며, 경고처분이 합당하다고 봤다. 이어 “학생자치활동은 학교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학칙에 의해 규율 받는다”며 학교의 징계처분도 적절하다고 봤다.
한씨 쪽은 학교가 학생자치활동에 개입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한씨를 대리하는 오민애 변호사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징계처분이 확정되면 앞으로 한씨에겐 장학금을 받거나 학생자치기구에 출마할 기회도 박탈된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두 차례의 페이스북 ‘좋아요’를 두고 후보자격 박탈이란 강수를 둔 ㅈ대학 학생자치기구 선거 내규도 논란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의 SNS ‘좋아요’ 등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삭제요청과 서면경고를 넘어 검찰 고발까지 이른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명백히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의 목적이 아니라면, 한 두차례 ‘좋아요’를 누른다고 바로 제재하진 않는다”고 했다.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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