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을 미리 받아보고 일부 수정한 정황이 24일 밤 〈제이티비시〉(JTBC) 보도로 드러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더는 아무 것도 상상할 수 없다’ ‘국민으로서 부끄럽다’는 반응과 함께 박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트위터에 “이건 나라가 아니다. 탄핵이 되건 안 되건 탄핵의 절차라도 밟아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기틀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정식화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보도가 사실이라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포함한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이를 덮으려는 시도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순간 정말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인하고 싶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썼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청와대는 대통령 연설문 등 기밀 서류를 최순실에게 전달한 자를 즉각 파면하고 형사고발”하라며 7가지 요구사항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최씨의 박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대한민국 국민은 박대통령의 입을 통해 최순실의 말을 들어온 셈입니다. 이걸 두고 ‘국기문란’이라는 사람이 많은데, 국가라야 문란할 ‘국기’라도 있는 겁니다. 남의 영혼에 입만 빌려주는 사람을 최고통치자로 받들던 때는 ‘국가 형성’ 이전 시대”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추진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힌 것을 꼬집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개헌으로 최순실을 덮으려 했는데 최순실 PC가 개헌을 덮었다”(@won*****)고 비꼬았다.
누리꾼들은 ‘웃픈 댓글’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우리 역사에 바지사장들 많았습니다만, 드디어 바지 대통령까지 탄생하는군요. 탄핵감!”(@ky***) “여러분은 지금 최순실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박근혜 수석대변인을 통해 듣고 계십니다”(Park***)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본인 연설문들 가져갔다고 그 난리쳤던 분들, 최순실이 이사 가면서 버린 컴퓨터에 박근혜 국가기밀 방치돼 있었던 건 어쩌시려나”(@ste********) 등의 말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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