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26일 저녁, 대통령의 술자리. 부마항쟁 등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까가 화제에 오른다. 더 모질고 우악스럽게 대응하라며, 경호실장 차지철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면박을 준다. 분노한 김은 권총을 꺼내 차의 팔을 쏜다.(이때 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깜짝 놀란 차는 화장실로 달아나고 그사이 김은 박정희를 쏜다. 누가 경호실장이고 누가 대통령인지 모를 상황. 그다음 일어난 일은 알려진 대로다.
김재규는 왜 총을 쐈을까. “민주주의를 바라고 거사했다”고 유언을 남겼지만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김종필 전 총리에 따르면 “김은 요즘 말로 분노조절장애”였다고. 가끔 불같이 화를 냈단다. 차지철의 방약무인이 여기 기름을 끼얹었을 터. 과열된 충성 경쟁의 처참한 결말. 박정희의 사람 쓰는 스타일이 부른 비극이었다.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차지철은 왜 그리 우쭐했을까. 차가 나서서 2인자를 자처해도 박은 내버려두었다. 차가 ‘박정희 다음’을 꿈꾸었다는 말도 있다. “차지철이 40세 언저리 의원들을 거의 모두 포섭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혹시라도 우리가 차지철 대통령 시대를 겪었을지도 모를, 아찔한 일이다.” 남재희 전 장관의 회고.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