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씨가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지만, ‘대통령 취임 앞뒤로 연설문을 봐준 게 전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의혹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청와대 문건이 담긴 태블릿피시(PC)에 대해선 “내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 “태블릿피시, 내 것 아냐” 최씨는 청와대 내부 문서가 담겨있는 태블릿피시에 대해 “내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이 “최씨가 소유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힌 점, 지난 24일 <제이티비시>(jtbc)가 ‘최씨 피시를 입수했고, 대통령 연설문 등 각종 자료가 쏟아졌다’고 보도한 뒤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최씨 컴퓨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제이티비시>는 이 피시에서 최씨 사진이 2장 발견됐고,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에서 따온 듯한 ‘연이’가 피시 사용자 이름에 등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최씨가 사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대선 전후에만 도움 줬다” 최씨는 “2012년 대선 전후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표현에 대해선 도움을 줬다”, “당선 초기에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 맥을 같이 한다. 유출 문건의 종류와 시기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씨의 주장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최씨가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과 배치된다. ‘해당 태블릿피시에 2012년 6월부터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을 포함해 2014년 상반기까지 파일이 담겨있다’는 <제이티비시> 보도와도 다르다.
■ “자금 지원 받지 않았다” 최씨는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자금 지원 및 용역 특혜 등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절대 자금 지원을 받지 않았다”며 “집은 한 채뿐이고, 3~4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최씨의 독일 부동산은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총 4채다. 최씨는 실질적 주인인 독일 현지 회사 ‘비덱스포츠’ 이름으로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작은 시골 마을 슈미텐에 있는 3성급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이 호텔에서 50m 정도 떨어진 단독주택을 샀다. 대기업으로부터 나온 자금이 케이스포츠재단을 거쳐 ‘더블루케이’와 ‘비덱스포츠’에 흘러들어간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두 회사 모두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을 합법적으로 독일로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라고 말했다.
■ “안종범 모른다” 최씨는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청와대 문건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해 “(정씨가)청와대 들어간 뒤 만난 적 없다”고 말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서도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고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청와대 자료를) 들고 왔다”며 정 실장 이름을 분명히 말했다.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에스케이에 80억원의 투자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안 수석이 함께 깊이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관련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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