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주도한 케이(K)스포츠재단의 기획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가 불과 사흘 뒤 똑같은 내용으로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업의 연구 용역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 체육학과 교수가 맡았다.
31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에서 확보한 문건과 <한겨레>가 입수한 케이스포츠재단 내부 문건을 종합하면, 케이스포츠재단은 지난 3월17일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기획했다. 이 사업은 서울·인천 등 전국 5개 지역에 거점 체육시설을 건립하고, 2018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올림픽을 목표로 우수 체육인을 발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롯데가 이 사업에 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밝혀진 바 있다.
문체부는 사흘 뒤인 3월20일 이 사업과 유사한 취지로 ‘케이(K)-스포츠클럽 운영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김경숙 체육학과 교수에게 6000만원에 맡겼다. 문체부가 케이스포츠재단의 기획 사업을 두고 김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맡겨 지원 근거를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케이스포츠재단은 이 사업 명목으로 69억원을 문체부에 요청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김 교수는 지난 8월21일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지역 케이스포츠클럽 운영 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거점 케이스포츠클럽이 필요하다. 5개 권역에 거점 체육시설을 설립하는 게 최적안”이라며 케이스포츠재단의 기획안과 흡사한 용역 결과를 내놨다.
문체부의 연구 용역을 맡은 김 교수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측근으로, 지난 4월께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지도교수였던 함아무개 교수에게 “정윤회씨 부인이 내려가니 잘 다독거려서 보내라”고 말한 인물이다. 김씨는 체육과학부와 의류산업학과를 통합한 신산업융합대학의 학장을 맡고 있는데, 두 학과는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 승마협회 이사이자 ‘말 전문가’로 알려진 김 교수의 남편 김아무개 건국대 교수는 과학 전공이 아닌데도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해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은 “문체부가 지역 스포츠클럽과 거점별 체육엘리트 육성 사업을 케이스포츠재단에 몰아주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김 교수에게 발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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