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제2차관이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정유라씨에게 불이익을 준 승마계 인사에 대한 비리를 취재하라고 기자를 종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이틀 뒤에 ‘체육계 개혁을 확실히 하라’며 내부적으로 지시했던 것이 드러나, 그가 직접 정유라씨를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특혜를 받고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같은 달 14일 문체부는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전 차관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정씨가) 중·고등학교부에서는 독보적인 선수의 자질이 있다는 게 승마계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정씨의 대학 입시와 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1일 와이티엔(YTN)은 “김 전 차관이 당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와이티엔 취재진을 따로 만나 승마계 비리에 얽힌 비리 문건을 제보했다”고 보도했다. 와이티엔은 “김 전 차관이 승마계 비리에 얽힌 제보 문건을 내밀었다. 스포츠 4대악 신고 센터에 접수된 모 대학 승마 담당 교수에 관한 추문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승마협회 임원으로 정씨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원칙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차관은 다시금 와이티엔 취재진을 만나 ‘승마계 비리를 취재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와이티엔이 공개한 음성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김 전 차관은 참사 9일 뒤인 그달 25일 취재기자를 다시 만나 “세월호에 빠지지 말고 승마 빨리빨리 하란 말이야”라고 종용했다. 이에 취재진이 ‘해당 교수는 체육계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아니냐’라고 하자, “양아치야, 양아치야”라며 이 교수를 깎아내렸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승마계 비리 조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대통령께서 세월호 난 그 다음날, ‘체육개혁 확실히 하라’고 오더가 내려왔다. 24시간 그 얘기(세월호 참사)만 하나. 정책도 챙겨야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정유라씨를 부당하게 모함한 체육계 인사들을 솎아내라’는 의미로 체육 개혁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이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 이튿날도 (박근혜 대통령은) 체육 개혁에 집착 했다니,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아무리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봐도, 2년6개월이 넘도록 길거리에서 통곡하며 호소를 해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직도 박근혜 정권에 충성 맹세한 언론은 여전히 불륜과 사건 사고에 뉴스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월12일 민중총궐기에 온 국민이 함께해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자”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