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오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기금을 내도록 기업을 압박한 혐의로 2일 검찰에 출석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이날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재단 기금을 모금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친분 관계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일 경질된 안 전 수석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에 황색 넥타이 차림의 그는 200여명의 취재진 앞에서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전 수석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는 취지로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안 전 수석은 ‘기금 모금은 본인의 판단인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대행한 것인가’, ‘재단 출연금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나’, ‘최순실씨를 아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사실대로 답하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안 전 수석은 “더블루케이, 미르재단 관계자들 아무도 모르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이 이날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기금 출연을 기업에게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최순실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안 전 수석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미르재단 등으로 넘어간 돈은) 뇌물죄 구속여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는 안 전 수석과 최씨) 두 사람이 주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출석으로 광고감독 차은택(47)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이날 차씨 측근들의 ‘광고회사 강탈’ 시도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음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차씨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다음 주께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최씨의 변호인 중 한 명인 이진웅 변호사가 이날 돌연 사임계를 제출했다. 홀로 최씨를 변호해야 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이 주는 무게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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